5월 16일 영업 종료된 워커힐면세점 직원 100여명, 고용 유지12월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 준비 및 서비스 강화에 총력
  • ▲ 워커힐 전경.ⓒSK네트웍스
    ▲ 워커힐 전경.ⓒSK네트웍스

     

    SK그룹이 영업을 못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사업장 직원 100여명에 대해 6개월 이상 정상 급여를 지급하며 고용을 보장한다.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대규모 희망퇴직과 실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SK의 남다른 '경영철학'이 눈길을 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인 SK네트웍스는 지난 5월 16일 특허가 만료된 워커힐면세점 영업을 종료했다.

     

    지난해 11월 특허 재획득에 실패한 이후 두산면세점 등으로 이탈한 직원들을 제외하고 현재는 100여명이 남아있다.

     

    SK네트웍스는 이들에 대해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사업장이 문을 닫아 매출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우수한 인재를 그냥 내칠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오는 12월 재획득 기회가 생기면서 사업 재개에 대한 가능성이 열린 측면도 크다. 그만큼 워커힐면세점을 포기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지난해 특허 획득에 실패한 이후 100명 가량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났지만, 핵심 인력은 남아 있다”며 “이들에 대해 급여 삭감 없이 정상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워커힐면세점 직원들은 크게 2가지에 매진하고 있다. 우선 연말에 이뤄질 특허 재취득 준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입찰제안서를 비롯해 시장분석, 브랜드 유치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교육도 받고 있다. 워커힐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는 SK그룹의 고용 및 인재에 대한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면세점 특허 실패에 따른 고용불안 문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들도 우려했던 부분이다. 특히 올해 구원투수로 투입된 SK 오너일가 맏형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도 워커힐면세점 직원들에 대한 고용에 대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면세점은 지난해 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 평균 성장률의 2배에 해당하는 46%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정상적으로 영업을 했다면 올해도 4500억원 가량의 매출 달성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특허 재획득에 실패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만약 12월 특허 재획득에 성공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앞으로 최소 6개월 이상 매출이 없다. 결국 올해는 1000억원대 매출 밖에 기록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SK네트웍스 직원의 1인 평균 급여액은 5400만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추정해보면 100여명의 워커힐면세점 직원한테 6~7개월 지급해야 할 급여는 30억원에 육박한다. 다른 비용은 빼더라도 인건비 손실만 적잖은 금액이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준비과정에서 몇 개월 간 매출없이 인건비만 발생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번처럼 중간에 사업이 중단된 경우에 인건비를 감수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신규 채용도 중요하지만, 기존 인력들에 대한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것도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SK그룹은 올해 전년 대비 400명 증가한 8400명을 채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영 환경이 어렵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활성화에 적극 이바지 하기 위해서다.

     

    최태원 회장은 인재육성만큼은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매년 SK그룹 신입사원들과의 대화의 시간을 갖고, 본인이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고등교육재단 선발 장학생들과 만나며 인재의 중요성을 실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