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재건축 단지 잇따른 흥행 성공매수 희망자 나타나면 집주인은 호가 올리기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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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물산이 선보이는 '래미안 루체하임' 사업지.ⓒ뉴데일리
"일단 12억원으로 올려놔요. 어차피 매수희망자가 나타나면 집주인은 또 호가를 올릴 테니까. 지금 호가는 계약서에 도장 찍기 전까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개포동 A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17일 오후, 지하철 3호선 대청역 5번 출구로 나와 우성아파트를 오른쪽으로 끼고 걸어서 5분 남짓, 삼성물산이 이달 선보인 '래미안 루체하임' 사업지에 도착했다. 인근 중개사무소에 방문하자 직원들은 전화문의와 상담으로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다른 중개사무소 역시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한 개업공인중개사에게 투자문의를 하자 "매수문의는 부쩍 늘었지만 거래가능한 매물이 없어 난감하다"며 "일단 전화번호를 남기면 추후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단지가 '무한질주'를 이어가면서 매물실종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집주인들은 기회를 잡은 마냥 호가를 1억원 이상 올리는 동시에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매수희망자가 나타나도 거래를 거부하기 일쑤다.
이는 올해 개포지구에 신규분양이 성공가도를 이어간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삼성물산이 지난 3월 개포지구 첫 재건축단지로 선보인 '래미안 블레스티지.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 33.6대1을 기록했다. 계약도 일주일 만에 100% 완판됐다. 이달 등장한 '래미안 루체하임' 역시 1순위 평균 경쟁률 45대1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서울 분양아파트 중 최고경쟁률이다.
일원동 A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부동산은 결국 심리가 좌지우지한다"면서 "대다수 집주인은 호가를 올리거나 일단 기다리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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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개포주공 4단지.ⓒ뉴데일리
내달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개포주공3단지가 일반분양 최고가를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지 3.3㎡당 분양가가 45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기존 재건축이 예고된 단지 집주인도 집값 연쇄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말 이후 신규분양에 나섰던 강남 재건축단지가 분양가를 대폭 끌어올렸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진 것도 강남 재건축이 불을 뿜는 이유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다시 사상 최저수준으로 낮추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강남 재건축으로 몰리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며 "그 중심에는 강남 재건축 단지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강남으로 몰리면서 개포주공1단지(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개포주공4단지(GS건설) 매수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인근 개업공인중개사는 설명했다. 이들 단지는 앞서 분양했던 단지들보다 대단지로 들어선다. 사업속도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단지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올 1월 개포주공4단지(전용42㎡)는 7억2000만∼7억50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이달 들어서 호가는 9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래미안 루체하임과 맞닿아 있는 일원동 대우아파트도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단지는 110가구에 불과하지만 래미안 루체하임과 같은 입지다. 인근 개업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이 단지의 호가도 지난해와 비교해 2억원 이상 올랐다. 오는 30일 조합 창립총회를 앞두는 등 사업 속도가 붙었다.
B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 집주인에게 연락하면 일단 5000만원 이상 호가를 올린다"며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호가가 높아지면서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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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설립 창립총회를 앞둔 일원 대우아파트 전경.ⓒ뉴데일리
물밑서 진행되던 분양권 거래도 쉽지 않다. 당첨자들은 일단 계약 후 시세차익을 기대하겠다는 분위기다. 오는 21일부터 계약을 시작하는 '래미안 루체하임' 분양권 거래가 뜸해진 이유다. 여기에 정부는 불법 부동산 거래에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공개했다. 중개사무소와 분양권 거래희망자가 움츠러들 수 밖에 없다.
인근 개업공인중개사들은 단기간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점진적 상향이 아닌 급등은 작은 변수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특히 강남에서 시작한 분양가 상승은 서울 주변까지 영향을 끼쳐 전반적인 분양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이다.
H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호가가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입주 시점 혹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면 강남 재건축도 출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