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해진 정체성 바로 잡고 가치 중심점 농심(農心)에 조선·해운 여신-농협법 개정-선거법 위반 논란 '첩첩산중'





충정로 농협중앙회 주변에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농협금융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휘청'하면서 그 파장이 중앙회까지 미치고 있다. 

당장 농협은행을 비롯한 농협금융지주 자회사 8곳이 매분기마다 농협중앙회에 내야하는 '명칭사용료' 납부를 연기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농협법을 뜯어고쳐 회장 선출방식부터 사업구조 개편까지 손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중앙회장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중앙회에서 하고 있는 경제 사업을 농협경제 지주로 완전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관치 농협'은 안된다는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농협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핵심 쟁점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 회장 선거법 악몽도 현재진행형 이다. 검찰은 김병원 회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공소시효가 내달 마무리되는 만큼 이달 중으로 김 회장을 소환한 뒤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안팎의 시련이 한꺼번에 닥치면서 농협중앙회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얘기 마저 나온다.
 


 
◇ 조용한 취임 100일…대외행보 가감 없어

지난 22일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취임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통상적으로 취임 100일 기념해 열리는 기자간담회나 행사 등은 생략됐다. 

선거법 논란을 말끔히 씻지 못했으나 대외행보는 가감이 없다.

김 회장은 묵묵히 지난 선거 때 약속한 공약을 하나씩 지켜나가고 있다. 그는 지난 1월12일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됐을 당시부터 "임기 4년 중 1년은 현장에 있을 것"이라며 현장형 지도자임을 강조했다. 


  • ▲ 지난 22일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취임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지난 22일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취임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김 회장이 농촌 현장에 공을 들이는 데는 농협의 정체성과 연관이 깊다. 

    농민 한 명 한 명의 뜻이 모여 만들어진 농협중앙회가 농민들로부터 외면받을 땐 그때야 말로 농협이 존재의 가치를 잃게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3월 14일 취임사에서 "기업은 경쟁에 밀려 망하는 게 아니라 정체성 상실로 쇠락한다"면서 "협동조합 이념교육을 추진해 정체성을 확립할 것"이라 밝혔다.

    그리곤 취임 후 첫 일정으로 경기 고양시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개원식을 찾았다.

    느슨해진 농협의 정체성을 바로 잡고 가치의 중심점을 농심(農心)에 두겠다는 의지이다. 


    ◇ "협동조합 정신으로 위기 극복해야"


  • ▲ 지난 22일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취임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김 회장은 농협의 정체성 확립에 협동조합 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 일환으로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 캠페인에서 한 단체의 장이 '명예이장'이 되고 소속원들은 명예주민이 된다.

    한 번 농촌 봉사활동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가꾸는 등 농촌 속으로 들어가 농협 정신을 살려내는데 목적가 있다. 

    올해 안으로 농협의 임직원 중 200명이 전국 농촌마을 '명예이장'이 된다. 소속 구성원들은 명예주민으로 또 하나의 마을을 갖게 된다. 

    김병원 회장은 내부 직원들과 소통면(面)을 넓혀 내부 조직을 다잡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6일 직원 300여명과 만나 현재 위기를 타개할 방안으로 협동조합 정신을 정면에 내세웠다. 

    김 회장은 "협동조합 정신으로 국민의 농협으로 거듭나는 것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