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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따른 전 세계 실물경제 영향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발표된 지난달 경제지표를 보면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반짝 반등했지만, 브렉시트 여파로 하락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미 침체 흐름이던 중국과 일본의 PMI는 기준선 아래로 더 떨어져 실물경기 위축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드러냈고 앞으로 추가위축을 예고했다.
투자은행(IB)들은 브렉시트 여파로 영국과 유럽 등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한국의 성장률도 최대 0.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 美·유럽 경기 '반짝'하다 브렉쇼크 '찬물'…미국기업은 강달러 우려
미국과 유럽의 제조업 경기는 모처럼 반짝 반등하던 중 브렉시트라는 찬물을 맞았다.
4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와 시장정보업체 마킷 등에 따르면 미국의 6월 제조업 PMI는 전달의 51.3에서 53.2로 반등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치(51.3)를 웃돌았다.
PMI는 기업의 구매담당 관리자가 매달 신규 주문, 생산, 재고, 고용, 원자재 공급 등의 질문에 악화, 불변, 개선 등으로 답한 설문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를 추산한 것이다.
제조업 경기를 미리 볼 수 있는 대표적 선행지표로 사용되며, 매달 초 발표되기 때문에 후속 지표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PMI는 통상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 웃돌면 경기 확장을 뜻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6월 PMI도 전달의 51.5에서 52.8로 뛰어오르며 올해 최고치를 찍었다.
'브렉쇼크'(브렉시트+쇼크)의 진앙인 영국의 6월 PMI는 52.1로 전달의 50.4보다 크게 상승했고, 독일은 54.5로 전달(54.4)보다 소폭 올라 유로존의 제조업 경기 확장세를 이끌었다.
유로존 중에서는 프랑스만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6월 제조업 PMI는 48.3으로 전달(47.9)보다는 상승했지만, 기준선 아래에 머물렀다.
문제는 이 조사가 23일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반영하지 않았을 때 진행된 것이라는 점이다.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브렉시트로 유로존 제조업 경기가 받을 영향에 대해 "아직은 영향을 찾아볼 수 없었지만, 단기적으로 유로존 기업의 투자와 소비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ISM은 브렉쇼크 우려에 지난달 25∼29일 조사대상 기업의 구매담당 관리자들을 재차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20∼30%는 브렉시트로 소폭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토머스 데리 ISM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에 "기업들은 브렉시트로 인한 달러화 강세가 가속화될 것에 대해 가장 우려했다"고 전했다.
◇ 가라앉는 중국과 일본 제조업 경기…"위축 가속화 우려"
미국이나 유로존에 앞서 발표된 중국과 일본의 PMI는 세계 2·3위 경제 대국의 제조업 경기가 여전히 위축된 상태임을 드러냈다. 한국은 간신히 기준선을 넘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중국의 6월 차이신 제조업 PMI는 48.6으로 전월(49.2)보다 둔화했고,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49.2)를 밑돌았다.
차이신 제조업 PMI는 작년 2월 50.7을 기록한 뒤 3월부터 기준선인 50 아래로 떨어지고는 16개월째 경기 위축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6월 정부 제조업 PMI는 50.0으로 전달(50.1)보다 하락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오 칭게 애널리스트는 "내수시장 수요가 여전히 약한 상태에 머물렀고, 경기가 확장세로 돌아서기에는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마킷에 따르면 일본의 6월 제조업 PMI는 48.1로 전달(47.8)보다는 높았지만, 기준선을 하회해 올들어 엔화 고공행진에 따른 경기 위축을 반영했다.
엔화 가치는 올들어 달러화 대비 17.4% 절상돼 전 세계 주요 통화 가운데 브라질 헤알화(22.4% 절상)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치솟았다.
엔화가치는 브렉시트 영향으로 지난 한 달 동안만 7% 치솟아 일본의 대형 수출업체들의 타격을 예고했다.
한국판 제조업 PMI인 한국은행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기준선 아래에서 횡보하고 있다.
제조업의 6월 업황BSI는 71로 전달과 같았고, 7월 업황 전망 BSI는 72로 전달 조사한 6월 수치(74)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나타낸 지표로 기준치인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5∼22일 전국의 제조·비제조업 3천313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돼 23일 브렉시트 투표 결과에 따른 충격이 반영되지 않았다.
◇ 세계 경제성장 7년 만에 최저치 우려…"한국도 0.3%P↓ 타격" 전망
브렉시트로 세계경제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성장률에도 0.3%포인트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브렉쇼크 충격에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영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0~1.5%로, 유로존은 1.5%에서 1.3%로, 미국은 1.7%에서 1.6%로 중국은 6.5%에서 6.4%로 각각 하향 조정한 결과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전세계 40개 투자은행과 경제기관의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8%였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0.1% 역성장한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액션 이코노믹스와 케네서 스테이트 대학 등 일부 기관은 올해 세계 경제가 1%대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IB들은 브렉시트로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02∼0.3%포인트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노무라는 브렉시트가 확정된 직후인 지난달 2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기존 2.5%에서 2.2%로 0.3%포인트 하향조정했다.
노무라는 대외경기의 불확실성이 기업 구조조정 중인 조선·해운업의 수주 회복 지연으로 연결돼 투자나 고용에 2차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의 IB는 그러나 한국의 수출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0.56%에 불과해 브렉시트가 한국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0.02%포인트, 씨티그룹은 0.1~0.2%포인트 등의 타격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