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떼어낸 현대그룹, 중견 규모로 위상 축소팬오션 인수한 하림그룹, 대기업 진입 눈앞


  • ▲ 현대그룹과 팬오션의 모습.ⓒ팬오션 홈페이지 캡처
    ▲ 현대그룹과 팬오션의 모습.ⓒ팬오션 홈페이지 캡처

현대그룹과 하림그룹이 해운업계에서 엇갈린 행보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해운업 불황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돼 산업은행 자회사가 되면서 현대그룹은 대폭 축소됐다. 반면 하림그룹은 국내 벌크선 1위였던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그룹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한때 재계 1위로 군림했던 현대그룹은 지난 5일 현대상선을 떼어 내면서 자산 규모가 10조원 아래로 떨어져 중견기업으로 내려앉았다. 
 
40년만에 그룹 품에서 떠난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주력 계열사였다. 하지만 2008년 이후 해운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지난 5일 신주 상장을 완료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새주인으로 맞았다.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증권에 이어 현대상선마저 분리돼 현대그룹은 자산 2조7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재탄생했다.
 
현대상선의 계열 분리로 사세는 대폭 줄었지만 현대그룹의 수익 구조가 탄탄해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등 10개의 남은 계열사로 재도약을 시작했다. 안정적인 캐쉬카우 역할을 하는 현대엘리베이터가 그룹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된다. 

◇하림, 팬오션 인수로 대기업집단 진입 '임박'  

현대그룹과 달리 닭고기 전문 기업으로 알려진 하림그룹의 경우 꾸준한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 가고 있다. 특히 하림그룹은 지난해 6월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기업 가치가 9조9000억원으로 대기업집단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수 당시 관련업계에서는 해운 시황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점과 경험이 없는 하림이 인수한다는 이유 때문에 팬오션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내다봤다. 

하지만 1년이 흐른 현재 하림그룹의 팬오션은 영업이익 2000억원대의 건실한 해운사로 자리매김 했다. 

인수 첫 해 팬오션은 매출 1조7606억원, 영업이익 2298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도와 비교하면 매출은 13.22%, 영업이익은 7.07%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들어서도 팬오션은 39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증권업계는 벌크 마진 회복으로 2분기 실적도 기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림그룹의 사업 부문에서 해운이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가장 높다. 다음이 사료 23%, 양돈 15%, 유통 7% 등으로 다각화됐다. 이는 그룹 내부에서도 팬오션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림그룹 측은 "팬오션 인수를 통해서 곡물 수요기반을 바탕으로 글로벌 곡물유통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고 있다"라며 "향후 농장에서 시장까지가 아닌 곡물에서 식탁까지 사업을 다각화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하림의 영역 확장에 대해 재계도 반기는 모양새다. 재계 관계자는 "남들이 어렵다고 판단한 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김홍국 회장의 추진력이 없었다면 팬오션 인수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요즘처럼 벌크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에 곡물유통의 꿈을 안고 도전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