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7월 한달 체감효과 느끼기엔 일러분양성수기, 투자자들 고심 깊어질 것

  • 정부가 내놓은 '중도금대출 보증요건 강화' 시행 1개월. 과열된 분양시장을 잠재우려는 정부의도는 아직 뜻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분양성수기로 불리는 가을시장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18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지난 7월 분양물량은 총 2만485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386가구 보다 1만5533가구 줄어든 수치지만 2010년 이후 매년 7월과 비교하면 두 번째로 많은 물량이다.

    지난 6월 정부가 중도금 대출규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하자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투자수요가 위축돼 분양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시장 흥행을 위해선 투자와 실수요가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면서 "대출횟수 2회 제한으로 투자수요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돼 걱정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분양시장은 평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 한 달간 1순위 청약자는 총 34만5268명.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3.89대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과 비교하면 청약자는 33만307명이 감소했다. 경쟁률도 작년(16.73대 1)보다 낮아졌다. 다만 2010년 이후 매년 7월 1순위 청약자수·경쟁률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1순위 마감률도 불과 0.09% 포인트 차이로 비슷했다. 올 7월 분양된 240개 주택형 중 1순위 마감은 150개(62.5%)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마감률은 63.4%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매년 7월 1순위 마감률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높다.

    수요자들은 아직 대출규제를 체감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양물량이 적었던 데다가 규제 초기로 소비자가 대출제한을 받은 사례가 없어서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견본주택에서 중도금대출 규제와 관련한 고객문의에 어떤 방법으로 대응해야할지 상당한 고민을 했다"면서 "실제 상담 내용 중 대출규제 관련 문의는 예상보다 적었다"고 귀띔했다.


  • 추후 분양물량이 쏟아지면 기존 분양시장에서 발생한 양극화 현상은 뚜렷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도금 대출 제한으로 분양권 확보에 어려움을 느끼는 투자자는 시세차익이 가능한 지역에만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고분양가 시장인 강남 재건축에 대한 투자 열기는 주춤해진 상황이다. 반면 가격경쟁력이 높고 서울 접근성이 우수한 수도권 택지지구는 청약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일부에선 지역내 최고 청약경쟁률을 갈아치우는 과열 양상도 나타났다. 

    분양권 웃돈 수준이 조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7월 이후 분양단지 전매가 가능해지는 내년 분양권 시장은 규제 부담으로 거래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수요자 입장에서 제약이 많아지면 선택은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며 "분양성이 우수한 일부 지역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가을시장이 중도금 대출규제 효과를 가늠하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 성수기라 불리는 가을시장에서 대출횟수와 제한금액을 넘어선 청약자들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즉 분양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당장 이달부터 대출 보증규제가 적용되는 단지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9억원이 넘는 단지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도금대출 보증을 받을 수 없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입지와 브랜드가 갖춰진 상품은 중도금 대출규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투자수요 유입 감소로 인기가 시들해지면 전반적인 분양가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