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국민 혈세 함부로 쓰여선 안된다" 의견 일치 추가 협상 없고 합병 시나리오도 생각 못해
  • ▲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한진해운이 정상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대주주, 오너로서 책임은 미흡했다"고 밝혔다. ⓒ 뉴데일리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한진해운이 정상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대주주, 오너로서 책임은 미흡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30일 산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부족자금 해결 방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어 자율협약 정상화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한진, 채권단과 1~3차 협상때 계속 5천억만 제시 

채권단은 이날 최종적으로 한진해운에 신규자금 불가를 선언하면서 한진해운은 법정관리를 눈 앞에 두게 됐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서게 되면 현재로선 파산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이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앞서 구조조정에 성공한 현대상선 사례와 견주어 볼 때 한진해운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으로 풀이된다. 

지금껏 산업은행이 양대 해운선사에 대해 동일 방식의 구조조정을 추진, 현대상선은 채권단의 지원없이 현대증권 매각, 사재 출연 등의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만큼 한진해운도 이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이 회장은 "오늘날의 현대상선의 모습을 보이기까지 굉장히 많은 협상과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종까지 단 한 푼의 혈세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한진해운이 정상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대주주, 오너로서 책임은 미흡했다"고 밝혔다. ⓒ 뉴데일리


  • 그는 "한진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국민의 혈세가 함부로 쓰여서는 안된다는 데 많은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지난주 5천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한 뒤 채권단과 1~3차에 이르는 협상 과정에서도 진전된 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동걸 회장은 "1차, 2차, 3차 협상에서 한진이 지속적으로 제시한 금액은 5천억, 5천억, 5천억이었다"면서 "산은 입장에서는 총량 증가를 희망했던 것으로 미흡한 것이지만 그분들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을 해서 낸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 "조양호 회장과 상거래 채무 이견 못좁혀"

    특히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과 만나 채무 부분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점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기업구조조정에서는 원칙이 무너지면 안된다는게 제 일관된 생각"이라며 "5월 기준으로 상거래 채무 3200억원이었는데 잠깐 사이 많이 불어서 현재 6500억원이 됐다"고 했다. 

    즉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대규모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순간, 채권단의 자금은 용선주 등 해외 채권자의 채무 상환으로 소진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어 "국민 혈세를 다루는 산업은행에서 개별 기업에 외상 채권을 갚아주는 일에 신중할 수 밖에 없고 원칙을 지킬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특히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채권단의 신규 자금을 투입받은 뒤에도 회생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한진해운이 부족자금 규모가 워낙 커 대내외 변수에 따라 증가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채권단이 추가적인 리스크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선주협회 등이 주장하고 있는 현대상선과의 합병론에 대해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동걸 회장은 "마지막까지 한진해운을 정상화시킬 방법에 대해 열중해왔기 때문에 (합병을 포함한) 그 외의 시나리오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 한진해운 조양호 회장 ⓒ 뉴데일리
    ▲ 한진해운 조양호 회장 ⓒ 뉴데일리


  • 산은은 과거 팬오션 사태 당시 채권 동결시키고 구조조정에 성공한 사례와 한진해운의 비교를 거부했다. 

    정용석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은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다르다"면서 "해외 채권단의 손실 부담시키고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시켜야 하는데 한진해운은 원양, 컨테이너 정기항로이기 때문에 얼라이언스 퇴출 등으로 사업 유지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동걸 회장은 한진해운 직원, 관계자들을 향해 "죄송스러운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했다.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이 내달 4일로 종료되지만 그날까지 추가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