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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예정됐던 STX조선해양 2차 관계인 집회가 11월 11일로 연기됐다. 2차 관계인 집회에서는 STX조선 회생인가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후판값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후판 3사는 이번 결정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특히 후판대금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동국제강은 STX조선 회생인가 여부를 놓고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이 2분기 영업이익의 30% 수준에 달하는 후판대금을 STX조선해양으로부터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STX조선이 파산절차를 밟을 경우 후판 제조사들이 밀린 후판값을 돌려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역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봤을 때 STX조선이 청산절차에 들어갈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동국제강을 비롯한 STX조선과 연관된 업체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관심깊게 지켜보고 있다.
당초 14일 열릴 관계인 집회에서는 STX조선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인가 시 법원은 곧바로 STX조선해양, STX프랑스, STX고성조선해양의 패키지 매각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채권단 측에서 회생계획안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주라고 요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집회가 한달 가량 미뤄졌다.
철강업계는 STX조선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후판대금 회수에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후판 3사가 STX조선으로부터 받아야 할 후판 대금은 약 850억원에 이른다. 그동안 쌓인 후판대금은 포스코가 373억원으로 가장 많고 동국제강 332억원, 현대제철 142억원순이다.
STX조선은 지난 7월 25일 열린 관계인설명회에서 상거래채권 변제 계획 잠정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원금 및 이자의 85.77%를 출자전환 방식으로 갚고 나머지 14.23%는 10년간 분할 상환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후판 3사는 지난 8월 STX의 변제 계획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며 동시에 대표이사 명의로 공동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후판대금을 받지 못하면 공급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STX조선은 국내 철강사로부터 후판을 공급받지 못하자 법원 허가 아래 중국, 일본산 철근을 현금결제로 들여오고 있다. 국내 후판 제조사에게는 밀린 후판대금을 갚지 않으면서 수입산에는 현금으로 구매하는 STX조선의 행태에 양측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에 비해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동국제강은 후판대금 회수에 매우 예민한 상황이다. 동국제강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176억원을 기록했다.
동국제강이 STX조선으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는 332억원은 2분기 영업이익의 약 30%를 차지한다. 동국제강 입장에서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포스코, 현대제철과 같이 덩치가 큰 업체들은 후판대금에 그리 민감하지 않을 수 있으나 우리는 입장이 다르다"면서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에 따라 STX조선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현업에서도 매우 관심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