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 평균 승객 0.5명… 수요조사 없는 '탁상행정'
  • ▲ 지난달 22일 개통한 관광지 특화형 포천시 '따복 87번 버스' ⓒ 뉴데일리 김희진기자
    ▲ 지난달 22일 개통한 관광지 특화형 포천시 '따복 87번 버스' ⓒ 뉴데일리 김희진기자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된 포천시 따복버스가 실제 수요조사 없이 이뤄진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2일 경기도 포천시는 주말과 공휴일에만 운영되는 관광지 특화형 '따복(따뜻하고 복된)버스를 개통했다. 포천시 따복버스는 시내 유명 관광지인 포천아트밸리, 허브아일랜드, 신북온천 등을 연결하며 하루 6회씩 주말 이틀간 총 12회 운행된다. 요금은 1250원(일반·교통카드 기준)으로 시내버스요금과 같으며 14인승의 미니버스다.

  • ▲ 토, 일요일 하루 6번씩 주말 총 12회 운행되는 따복버스 안내문 ⓒ 포천시
    ▲ 토, 일요일 하루 6번씩 주말 총 12회 운행되는 따복버스 안내문 ⓒ 포천시



    개통 둘째 주였던 지난 29일, 오후 12시30분 포천아트밸리를 기점으로 출발한 따복버스에는 승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해당 버스 운수업체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차량에도 상황은 같았다.

    개통 첫 주인 22일과 23일에는 이틀간 총 6명의 승객이 탑승했다. 이마저도 버스 개통 목적인 '관광객 유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개통 첫 주 승객의 대부분은 허브아일랜드 근무자로 퇴근 시간에 맞춰 군포시청까지 나가는 마지막 회차에 몰려 탑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토요일, 일요일 양일간 총 12회 운행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운행 한 회당 1명의 승객도 탑승하지 않았던 것으로 계산된다. 당초 포천시는 따복버스의 개통 목적을 포천시에 방문하는 연간 150만명의 관광객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포천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자동차를 이용하거나 단체 버스를 대절해 방문하는 것을 감안하면 노선의 효율성은 다소 떨어진다.

  • ▲ 텅 빈채로 달리는 따복버스 ⓒ 뉴데일리 김희진기자
    ▲ 텅 빈채로 달리는 따복버스 ⓒ 뉴데일리 김희진기자



    관광지 특화형 따복버스는 주중 시내 외곽지역을 주로 다니는 87-1번 버스 2대 중 1대를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 87-1번 버스의 경우 외곽지역인 신북면 주민이 시내로 나오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주말이면 1대의 버스가 관광지 노선으로 바뀌기 때문에 신북면 주민이 시내로 나오는 데 불편을 겪는 상황도 벌어진다.

    해당 지역주민 A씨는 "지난 주말엔 87-1번이 관광지 노선으로 운영되는지 모르고 탑승했다가 중간에 내려 다른 버스로 환승했다"면서 "주말 노선 수요가 없다면 주중과 똑같이 운영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포천아트밸리를 기점으로 하는 것보다 포천시청 등 시내 중심에서부터 노선을 운영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노선 중 한 곳인 신북온천의 경우 포천 시내보다 동두천시에서의 접근이 더 편리해 동두천시까지 노선을 확장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해당노선 버스 기사 B씨는 "일단은 손님이 없더라도 제시간에 맞춰서 운영 중"이라며 "주말 노선 개편 시 실무자와의 대화나 체계적인 수요조사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시내버스 기사 C씨는 "홍보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며 "운수업에 종사하는 기사들조차도 해당 노선에 대한 안내를 충분히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관광지 특화 따복버스의 기점인 포천아트밸리 정류장에는 주말에만 운행하는 87-4, 87-6, 87-7번 버스를 알리는 안내도 전혀 없었다. 노선 홍보도 시내 일부 정류장에 안내 포스터를 붙이거나 정류장 전광판에 안내 문구를 송출할 뿐 시외 관광객이 관광 전 버스 운행에 대해 알 수 없는 실정이다. 포천시는 노선에 포함돼 있는 관광지 홈페이지에 노선 안내글을 게시했다고 설명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 ▲ 주말에 운영되는 관광 따복버스(87-4, 87-6, 87-7번) 안내가 붙어있지 않은 포천아트밸리 정류장 ⓒ 뉴데일리 김희진기자
    ▲ 주말에 운영되는 관광 따복버스(87-4, 87-6, 87-7번) 안내가 붙어있지 않은 포천아트밸리 정류장 ⓒ 뉴데일리 김희진기자



    관광객 D씨는 "포천 여행을 계획하며 교통편을 찾아봤지만 따복버스 운행에 대해 찾지 못했다"면서 "정류소에도 안내가 되어있지 않아 탑승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턱없이 부족한 승객에 따복버스의 적자는 불가피하다. 포천시와 경기도는 '손실보전금 제도'를 통해 따복버스와 같은 노선의 손실금 70% 정도를 운수업체에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포천시에서 운행된 3대의 따복버스 손실금을 지원하는 데 경기도 예산 3200만원, 포천시 예산 3200만원이 각각 들어갔다.

    일부 주민은 해당 버스노선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우려하고 있다. 빈 차로 관광노선을 돌고 나서 생기는 적자도 도와 시의 손실보전금으로 보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타 지자체에서 적자 노선을 폐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조사도 없이 '관광노선'을 도입한 경기도와 포천시의 정책은 다소 역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포천시 관계자는 "사업 계획 시 몇 달간 승객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단은 승객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시내로의 노선 확대 등은 필요하다면 조정토록 하겠다. 동두천시로의 노선확장은 해당 시의 반대로 어려울 것 같다. 추후 활발한 홍보를 통해 승객을 유치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