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조건 까다로워져 무심코 청약했다간 낭패전매제한 강화됐지만 불법전매는 여전
  • ▲ 삼성물산이 분양하는 '래미안 아트리치' 견본주택.ⓒ뉴데일리
    ▲ 삼성물산이 분양하는 '래미안 아트리치' 견본주택.ⓒ뉴데일리


    정부가 발표한 11·3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분양시장이 재개됐다. 지난 25일 일제히 문을 연 견본주택은 가수요가 빠지면서 전반적으로 한산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정부 의도대로 분양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해석할 수 있었다. 

    지난 26일 삼성물산이 분양하는 '래미안 아트리치' 견본주택. 주말을 맞아 자녀들과 함께 찾은 가족 관람객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어르신들도 현장을 채우고 있었다. 이들은 꼼꼼하게 입지와 상품을 살펴보고 있었다.

    한 50대 남성은 "견본주택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졌다"면서 "빠르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데다가 조용하게 유니트를 살펴볼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1순위 청약 조건 강화… 부적격 당첨자 속출할 수도

    지난주 사업에 돌입한 현장 관계자 모두 고객들의 주요 관심사항으로 '1순위 자격'을 꼽았다. 이는 정부 정책으로 청약조건이 까다로워진 탓이다. 실제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은 유니트 관람은 뒤로하고 상담석에서 1순위 자격여부를 확인했다. 

    건설사들도 1순위 자격을 묻는 방문객 대응에 바쁜 모습이었다. GS건설이 분양한 '신촌그랑자이' 견본주택에선 "고객분들은 상담석에서 청약 1순위 자격 여부를 필수로 확인할 것"이라는 안내방송이 들려오기도 했다.

    투자수요가 빠지면서 사업지 인근 중개사무소도 대체로 조용했다. 견본주택 개관과 동시에 고객상담에 바빴던 과거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이대역 인근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한두 달 전에 분양했다면 자세한 상담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찾아오는 손님뿐 아니라 전화문의가 확실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1순위 자격에 대한 부주의로 부적격 당첨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보다 복잡해진 규제 탓으로 자칫 1순위 자격을 착각한 당첨자가 상당수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부적격 당첨자는 1년 동안 청약이 금지돼 내집마련 기회를 놓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A건설 분양소장은 "청약 자격이 강화되면서 방문객들은 상담석에서 1순위 요건부터 확인하고 있다"면서 "당첨자 발표 이후에 부적격가 속출할 수 있어 계약속도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분양시장에서 가수요가 빠지면서 청약 경쟁률 높이기에 비상이 걸렸다. 실제 건설사간 청약일정 결정에도 눈치싸움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당첨자 발표일이 같으면 중복 청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1순위 통장이 급격히 줄면서 경쟁률을 높이기 위한 모습으로 풀이된다.

    분양일정을 보면 △래미안 아트리치 △연희 파크 푸르지오 △잠실 올림픽 아이파크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가 내달 7일 당첨자를 공개한다. 이어 △경희궁 롯데캐슬 △목동파크자이는 9일날 예정돼 있다. 유일하게 신촌그랑자이가 8일 당첨자를 발표한다.

    B건설 분양소장은 "사업성이 우수한 단지는 입주자모집공고 전부터 당첨자 발표일이 결정됐다"며 "날짜가 겹치지 않기 위해 건설사끼리 당첨자 발표일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 ▲ GS건설이 분양하는 '신촌그랑자이' 견본주택.ⓒ뉴데일리
    ▲ GS건설이 분양하는 '신촌그랑자이' 견본주택.ⓒ뉴데일리


    ◇서울, 대기수요 풍부해 "미분양 걱정 없다"

    다만 투자수요가 줄어들 상황에서도 건설사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서울이라는 입지는 공급이 부족해 실수요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다만 과거처럼 단기간 완판은 어렵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A건설 분양소장은 "과거처럼 '일주일 완판'은 쉽지 않지만, 길어도 1달 이내에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에선 수개월 이상 소요되는 사업지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올해 분양하는 단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잔금대출에 대한 분할상환 등 여신관리방안이 적용되지 않는다. 실수요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대출 부담이 적은 올해가 분양을 노릴 수 있다는 기회라는 분석도 많다.

    신병철 신촌그랑자이 분양소장은 "11·3 부동산 대책으로 투자수요가 빠지면서 청약경쟁률 수치는 낮아질 것"이라면서도 "대기수요가 풍부해 계약까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래미안 아트리치는 중도금 무이자와 다양한 무상옵션을 제공해 수요자가 느끼는 부담이 적을 것"이라며 "성북구는 전세가율이 높아 내집마련을 원하는 수요가 풍부하다"고 말했다.

    ◇줄어든 떴다방… 불법전매는 '계속'

    분양시장 과열과 함께 증가한 떴다방도 상당수 줄었다. 실제 견본주택 인근에선 고객정보를 수집하는 몇몇 직원을 제외하고 과거처럼 치열한 영업전을 펼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이들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1년 늘어난 상황에서도 불법전매는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연희 파크 푸르지오 견본주택 앞에서 만난 한 떴다방 관계자는 "분양권 웃돈은 1000만원 이상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는 분양권만 전문적으로 취급해 정부가 단속에 나선다고 해도 적발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사업지 인근 개업공인중개사들은 분양권 불법전매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실제 정부 단속이 심해지면서 과거보다 불법거래는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양권 불법전매 장점을 열거하는 등 거래 가능성을 100% 부정하지는 않았다. 

    H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분양권은 정당 계약 시작 전에 가장 저렴하게 매매할 수 있다"면서 "합법적으로 거래가 가능한 시점엔 이미 웃돈이 크게 올라 거래가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