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대책 후 복잡한 절차 수요자 혼란청약 전 부적격 유무 확인할 수 있어야
-
-
-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분양일정을 시작한 A단지. 우수한 입지에다가 일반분양이 100가구에 불과해 단기간에 계약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복병이 발생했다. 당첨자 발표 이후 부적격자가 30%가량 속출한 것이다. 청약자들이 당첨 부적격 유무를 확인할 수 없어 발생한 것이었다.
분양시장에서 당첨자는 크게 가점제와 추첨으로 결정된다. 이중 가점제도가 복잡해지면서 분양시장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3대책 이후 발생한 분양시장 현주소다. 부적격자가 예상보다 속출하자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청약 가점제 필요성을 공감했다. 내집마련을 위해 청약 통장을 수년 동안 관리한 수요자에게 당첨 기회를 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실수요자가 적극 계약에 나서야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발판이 마련되는 것도 이유다.
문제는 부동산대책 이후 청약 가점제가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이른바 부동산 전문가들도 복잡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실제 청약자들은 △조정지역 포함 여부 △주택소유 여부 △재당첨 대상 여부 등 확인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부적격자 발생은 청약자가 무지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청약제도를 비춰보면 단순히 청약자 무지라고 치부하기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도 복잡하다고 지적하는 이번 대책에 대해 평범한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복잡한 부동산 대책을 꼼꼼히 확인해도 오해 소지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고의로 부적격자로 당첨돼 1년간 청약을 금지당하는 수요자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이번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분양시장을 재편하겠다는 목적이다. 대책이 나온 지 2개월이 흘렀다. 청약 경쟁률은 반토막으로 줄었다. 전매제한이 금지된 지역은 웃돈이 사그라지고 있다. 분양시장이 정부 의도대로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여러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분양시장을 잡겠다는 포부에 밀려 실수요자 접근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일반적인 계약은 청약→당첨자 발표→당첨자 계약→예비 당첨자 계약→선착순 계약 순으로 진행된다. 이 중 당첨자 발표 이후 부적격자 의심 명단이 공개된다. 해당자는 자신이 부적격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아니면 부적격자 사실을 받아들이고 계약을 포기해야 한다. 여기서 수요자는 의도치 않은 피해를 본다.
문제는 또 있다. 당첨자 중 부적격자가 대거 발생하면 실제 계약 의사가 있는 실수요자는 부적격자로 인해 당첨 기회를 빼앗기고 만다. 실제 당첨 요건을 갖췄지만, 부적격자로 인해 당첨자에게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어서다.
예비당첨자와 내집마련신청자 대상은 무작위 추첨으로 진행돼 가점이 필요없다. 결국 실수요자 입장에선 당첨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 실수요자가 겪는 두 번째 피해는 여기서 나온다. 이를 두고 실수요자 중심의 청약시장 개편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건설사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건설사는 부적격 당첨자에게 일반적으로 1주일 동안 소명 기회를 준다. 만약 이들과 관계 정리가 안 되면 정당계약 후 예비당첨자 계약 진행을 할 수 없다. 차일피일 부적격자 소명을 기다려야 한다. 결국 사업 진행에 차질이 발생한다.
현재 청약 절차는 청약자가 자신이 판단한 조건을 입력하는 시스템이다. 만약 청약 입력 과정에서 부적격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기회비용을 아낄 수 있다. 수요자뿐 아니라 건설사와 정부도 시간과 인력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건설사는 11·3대책 이후 계약 어려움이 커졌다고 아우성이다. 인력과 시간 투입이 과거보다 곱절은 늘어났다고 불만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사업을 빠르게 마무리하는 것이 수익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건설사가 겪는 사업성 하락은 뒤로하더라도 실수요자들이 겪는 피해는 줄여야 한다. 국토부도 시장 모니터링을 진행해 정책적 보안에 나서겠다고 했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꺼낼지 지켜볼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