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수익성 중심으로 외식사업 재편이랜드파크, 외식사업 전체 매각 검토중외식사업 불확실성 커진 가운데 완전히 다른 베팅 '눈길'
  • ▲ (왼쪽)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각사
    ▲ (왼쪽)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각사

    신세계와 이랜드가 외식 사업을 두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식음 사업의 시장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박성수 랜드그룹 회장,  두 수장은 각기 다른 베팅을 내 걸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최근 외식 사업을 수익성 중심 모델로 재편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베이커리 카페 페이야드 3개 매장(신세계백화점 본점·부산 센텀시티점 등)을 철수하면서 사업을 접었다. 한식뷔페 올반, 베키아에누보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매장 10여곳을 닫았다. 신세계그룹의 식음 계열사인 스무디킹코리아도 적자를 내는 매장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신세계푸드 측은 "올해는 외식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매장은 모두 정리하고 올해는 수익을 내는 매장을 중심으로 외식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푸드는 한식뷔페 올반과 데블스도어, 베키아에누보, 오슬로, 보노보노, 메나쥬리, 자니로켓, 딘앤델루카 등 15개 외식 브랜드를 통해 전국 14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매장수를 급격하게 늘리기 보다 소비자 반응이 좋은 외식 브랜드를 확장하는 쪽으로 운영 방향을 정했다. 수제버거로 입소문을 탄 '자니로켓'과 아이스크림 전문점 '오슬로' 매장을 10개씩 새로 오픈하는 계획만 세웠을 뿐 새로운 외식 브랜드나 전국적인 매장 확대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 매출을 달성했다. 이중 식품 제조와 식자재 유통이 4000억원, 급식사업이 3000억원, 베이커리 2000억원, 외식사업이 1500억원 가량을 차지한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외식 사업은 매출 비중은 가장 작지만 전체 사업을 꾸려가는데 있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최적의 콘텐츠라고 생각한다"며 "한식뷔페 올반의 경우 가정간편식 올반을 고객들이 직접 맛보고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안테냐숍과 플래그십 스토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식 사업이 잘되면 주력 사업인 식품 제조와 식자재 유통 매출도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도 신세계푸드가 외식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최근에는 신세계푸드의 외식 브랜드를 통합한 멤버십 서비스 '신세계 푸딩 플러스'를 선보였다.

    신세계푸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그룹의 신성장 엔진으로 육성하는 대표적인 계열사로 꼽힌다.

    신세계그룹의 중심 축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 비해 신세계푸드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매출이 연결기준으로 전년 대비 8.3%, 11.4% 증가한 사이 신세계푸드는 같은 기간 17.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용진 부회장은 오는 2023년까지 신세계푸드 매출을 5조원으로 끌어 올려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566억원, 2018년 601억원, 2018년 840억원 등 3년간 2007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 ▲ 자연별곡 매장. ⓒ이랜드파크
    ▲ 자연별곡 매장. ⓒ이랜드파크


    신세계가 이처럼 성장성을 내다보고 식품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과 달리 이랜드는 외식 사업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계열사인 이랜드파크의 매출 비중 85%를 차지하는 외식사업을 아예 접겠다는 것이다.

    이랜드가 최근 그룹 차원에서 비효율적인 사업은 모두 정리하겠다고 밝힌 이후 외식사업이 그 첫 타자가 됐다. 매각 상대는 국내 최대 사모투자(PE)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로 이번 매매가 성사될 경우 약 1조원을 넘어서는 대규모 거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랜드파크는 애슐리와 자연별곡, 피자몰, 수사, 샹하오 등 총 18개 외식브랜드, 55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외식사업부 매각은 비효율적인 사업을 정리하려는 의미가 아니라 이번 기회를 통해 그룹 사업을 재정비하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며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평가 받을 때 매각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랜드그룹은 식음 사업이 아닌 유통과 패션이 주력"이라며 "전체적으로 사업을 재정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전했다. 

    이랜드파크의 지난해 매출액은 8054억원으로 외식부문은 7000억원에 달한다. 이랜드파크는 같은 기간 영업손실 13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레저부문의 적자에 기인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외식사업부 매각이 확정될 경우 이랜드파크에는 호텔과 레저 사업만 남게 되는데 전체 매출의 15% 밖에 되지 않아 이 사업부도 정리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외식사업부 내 아르바이트생 임금체불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을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랜드그룹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랜드리테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302억원 인데 비해 이랜드파크 등 자회사를 통합한 이랜드리테일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743억까지 떨어져 상장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이랜드는 이랜드리테일의 자회사인 이랜드파크를 단독으로 분리하면서 그나마 '돈이 되는' 외식사업부를 완전히 정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외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픈 초기 줄 서서 기다려야 했던 식당이 얼마 후엔 폐업하는 상황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만큼 외식 사업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랜드는 그나마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지금이 외식사업부를 정리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다만 이랜드는 애슐리나 피자몰, 자연별곡 등 인기있는 외식사업을 수십년 간 운영해 온 노하우를 축적해왔기 때문에 외식사업부를 매각한 뒤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로 외식 사업에 재진출할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한편 이랜드파크의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85.3% 지분을 보유한 이랜드리테일이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파크를 완전히 분리한 뒤 내년 5~6월께 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