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시중은행 새 RG발급 룰 적용 여부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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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이달 초 수주한 초대형유조선(VLCC)에 대한 은행보증(RG·선수금환급보증)을 둘러싸고 산업은행과 시중은행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상대방에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4일 채권단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이 지난 4일 그리스 선사로부터 2억5000만 달러(2800억원)에 수주한 VLCC 3척에 대한 RG 발급이 3주가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고 있다.RG는 조선소가 주문받은 배를 넘기지 못할 경우 발주처에서 이미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하는 것이다. RG 발급이 되지 않으면 최악에는 어렵사리 따낸 수주가 취소될 수 있다.통상 RG 발급까지는 한 달여의 기한이 주어지므로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문제는 산업은행과 시중은행이 RG 발급을 책임지지 않으려고 이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고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VLCC 3척의 수주는 지난 17~18일 사채권자 집회를 2주가량 앞두고 이뤄졌다.이 때문에 사채권자 집회를 기점으로 새롭게 세팅된 'RG 발급 룰'을 적용하는 게 맞는지, 그 전에 수주가 이뤄졌으므로 기존의 룰대로 산업은행이 RG 발급을 하는 게 맞는지 서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새로운 룰을 적용한다면 이 건에 대한 RG 발급은 일단 산업은행이 책임지되 사고가 났을 경우 시중은행이 2차로 들어가 산은의 손해를 메워주는 방식으로 '복보증(2차 보증)'을 서야 한다.채무재조정을 앞두고 산은이 시중은행에서 받은 확약서에는 시중은행이 5억 달러 한도로 대우조선이 수주하는 선박에 대해 2차 보증을 서는 내용이 포함됐다.하지만 채무재조정 이전에 수주가 이뤄졌으므로 이 건에 대해 새로운 룰을 적용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면, 복보증 없이 산업은행이 RG 발급을 해야 한다.기존에는 대우조선이 신규 수주를 했을 경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그리고 무역보험공사 등 세 곳이 번갈아가며 RG 발급을 도맡아왔고 이런 이유에서 수주 당시 여신 한도가 남은 산업은행이 RG 발급을 할 것으로 예상됐었다.현재 대우조선의 최다 여신은행인 수출입은행은 8조원 이상의 RG를 갖고 있고, 최대 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그 절반에 달하는 4조원 수준의 RG를 갖고 있다. 추가 RG 발급을 꺼리며 몸을 사리는 이유다.시중은행의 경우도 지난 2월말 기준으로 NH농협은행이 약 9000억원, 국민은행 3700억원, 신한은행 2000억원, KEB하나은행 1100억원 등의 RG를 보유하고 있다.채권단 관계자는 "VLCC RG 발급 건은 아직 조율 중"이라며 "원칙적으로는 합의서 체결 이후 취급하는 건이어서 시중은행이 복보증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하지만 이견 때문에 절차가 길어지면 대우조선이 곤란할 수 있으므로 상호 협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