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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달 17일 '최순실 게이트' 관련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들은 그의 경영권을 계속 인정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롯데에 따르면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지난 1일 '현 (신동빈) 경영 체제 지속'을 결의했다.
롯데홀딩스는 롯데 일본 계열사의 지주회사일 뿐 아니라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의 지분 19%를 보유한 롯데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73) 홀딩스 사장도 지난 17일 일본 산케이 신문 인터뷰에서 이사회 결의 사실을 확인하고 "(신동빈 회장) 불구속 기소로 일본 경영에도 악영향이 우려되지만 경영의 축이 흔들리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이 이사회가 열리기에 앞서 지난달 말, 신동빈 회장은 출국금지 조치가 풀리자마자 일본 출장길에 올라 홀딩스 이사진과 투자자들에게 한국 사법제도의 무죄 추정 원칙, 불구속 상태여서 한·일 통합 경영에 문제가 없다는 점, 재판에서 성실히 소명해 무죄를 밝히겠다는 점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홀딩스 이사회가 이런 신 회장의 설명과 설득을 받아들여 기소에도 불구하고 그의 경영권을 인정해준 셈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하순께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예상되는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네 번째 '표 대결'을 앞두고 일단 신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나의 이사 복귀 안건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이런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진의 지지를 바탕으로 일본 롯데에 대한 개혁과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 롯데는 앞서 신격호 총괄회장 경영 체제 아래에서 한국 롯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폐쇄적이고 '현상유지' 중심의 보수적 성향을 띠게 됐다.
그 결과 매출(5조 원)이 한국 롯데(92조 원)의 18분의 1에 불과할 만큼 성장이 더뎠고, 일본 롯데 계열사 가운데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된 업체가 하나도 없을 정도다.
하지만 2015년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 총수 자리에 오른 뒤 서서히 성장을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제과업체 일본 ㈜롯데는 올해 약 320억 엔을 들여 초콜릿 중간원료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롯데로서는 50년 만의 대규모 투자라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초콜릿 시장이 5년 전보다 18%나 커졌고, 이에 따라 ㈜롯데도 초콜릿 공장 신설로 생산능력을 40% 늘릴 계획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본 롯데아이스도 기존 사이타마 현 우라와 시 공장에 70억 엔을 투자해 생산라인을 추가할 예정이다.
경영 투명성 차원에서 ㈜롯데의 상장도 추진된다.
산케이 신문 등에 따르면 현재 ㈜롯데가 생산한 제품을 롯데홀딩스 산하 롯데상사·롯데아이스 등이 판매하는 구조를 합병 등을 거쳐 효율적으로 바꾸고, 이후 통합 법인을 상장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장은 자금조달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일본 롯데 계열사 중 '첫 기업 공개'를 통해 '경영 투명성'에 대한 롯데의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 롯데 홀딩스는 지난해 12월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위원회를 설치했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신동빈 회장이 검찰 수사 이후 발표한 지배구조 개선, 준법·투명 경영 강화 약속이 한국 뿐 아니라 일본 롯데에서도 추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