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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본토의 주식시장인 A주가 현지시각으로 21일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 지수에 편입됐다.
지난 2008년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오른 이후 공을 지수 편입에 공을 들여왔지만 외국인 요구 조건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해 2014년 빠진 한국은 부러움과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 상장된 중국 A주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지수 편입에 성공한 것과 달리 한국 증시는 선진지수 편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당장 한국 증시에선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전일 코스피지수 역시 중국A주 MSCI 편입 소식이 악재로 작용하며 하락 마감했다.
중국으로서는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성과를 올리게 됐다.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에 이어 A주도 MSCI 신흥지수 시장에 편입되면서 중국은 통화, 주식 모두 국제화의 중요한 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중국 A주는 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내국인 거래 전용 주식이다. 각국 주식시장, 고정자산, 국제단기자본, 증시지수의 공급 기지 역할을 하는 MSCI 지수 편입 조치로 중국 주식은 B주(외국인 거래 주식), H주(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주)와 함께 모두 본격적인 국제거래가 가능해졌다.
MSCI 2016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0조 달러 규모의 자산이 MSCI지수를 추종하고 있으며 900개 이상의 상장지수펀드(ETF)가 MSCI지수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전 세계 100대 자산관리자 가운데 97곳이 MSCI의 고객이다.
실제 국제 투자자들의 지표 역할을 하는 MSCI 편입에 따라 중국 증시로 자본유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국제 금융가는 예상하고 있다.
MSCI도 거액의 자금이 중국에 흘러들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MSCI는 A주 시장의 5%만 부분적으로 편입한 이후 중국에 유입될 초기 자금을 170억∼180억 달러(20조원 안팎)로 예상하면서 향후 A주가 완전 편입되면 유입 자금은 3400억 달러(약 3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한국은 중국A주의 MSCI 신흥시장지수 부분 편입에 따라 상대적으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 증시가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되면 외국인이 자금 재배분에 나서 한국 증시에서 일부 투자자금 이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중국A주의 MSCI 신흥시장 지수 부분 편입으로 한국에서 33억 달러(3조762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이탈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연주 연구원은 "중국A주 대형주 222개 종목을 100%로 편입 시 MSCI 신흥국 지수 내 중국A주 비중은 12.8%를 차지하게 된다"며 "이에 따라 한국 비중은 2%포인트 감소하고 자금이탈 규모는 308억 달러(약 3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 2008년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올랐으나 외국인 요구 조건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해 2014년 빠졌다.
MSCI는 2014년 심사에서 선진시장 편입 요건인 시장 접근성과 관련해 몇 년간 개선 성과가 없었다며 한국과 대만을 선진시장 지수 편입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그동안 중국 본토 증시가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추진해왔다.
이같은 대응책의 일환으로 외국인 투자자 요구를 일부 수용해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30분씩 연장하는 한편 올해 3월 외국인이 한 번의 등록으로 다수의 주문이나 결제를 할 수 있는 통합결제계좌(옴니버스 어카운트)를 도입하는 등 선진시장 편입을 위해 다각도로 규제 완화를 추진해왔다.
반면 외국인의 거래 편의성 제고를 위한 일부 요구는 수용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일부 요구가 수용하기 곤란한 무리한 수준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은 한국의 원화가 환전성이 부족해 투자하기 불편하다며 역외 원화 시장 개설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내 은행을 거치지 않고 24시간 환전이 가능한 역외 원화 시장 개설은 소규모 개방 경제 체제를 갖춘 한국 시장 특성상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수용하기 쉽지 않다.
또 외국인에 대한 투자등록 제도를 아예 없애 달라는 요구 역시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로 꼽힌다.
외국인 입장에선 투자등록을 하지 않고 꼬리표 없이 주체 불명 상태로 투자하길 원하겠지만, 한국 관계 당국으로선 시장 교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MSCI가 코스피 지수 사용권을 달라는 요구도 한국 증시의 선진지수 편입의 본질과 거리가 먼 사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규모 개방 경제인 데다 수출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외환시장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외환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외 외환거래 허용을 단기적으로 추진하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또 시장 매력도를 증진하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 추진하면서 MSCI와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발 후폭풍으로 자금유출 우려와 관련해서는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흥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 규모의 증가 추세와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금의 순유입 규모 등을 보면 MSCI 신흥국 지수 내 한국물 비중 감소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