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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가 금융당국에 의해 다시 불허 판정을 받았다. 대형증권사의 초대형 IB 사업 진출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에만 허용되고 있는 법인 결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법인 결제는 기업고객의 자금을 금융기관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제품 판매대금, 하청업체에 대한 대금결제, 공과금 수납 등이 이에 행한다. 증권사의 법인 결제가 허용되면 기업고객의 법인 계좌를 통해서도 이를 할 수 있게 된다.
법인 결제는 2007년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안이 통과되면서 증권사에도 허용된 바 있다. 그러나 은행권의 반대로 금융결제원 규약에 따라 개인에 한해서만 지급결제를 할 수 있도록 제한됐다.
이후 증권업계에서는 법인 결제 업무를 허용하라는 주장을 해 왔으나 당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육성 방안을 내놓으면서 증권사 법인 결제 허용 논란은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IB 사업 진출 예정인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에 한해서라도 법인 결제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2015년 취임 이후부터 꾸준히 증권사의 법인 결제 허용을 주장해 왔다.
황 회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금융에서 ‘골드만삭스’가 나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규제가 그럴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증권사들이 초대형 IB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법인지급결제가 허용되지 않는 건 비극”이라고 꼬집었다.
법인지급 결제가 허용되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가 금융결제원에 2009년 지급한 3375억원은 개인을 비롯한 법인의 지급결제망 비용을 포함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리스크가 큰 법인 지급결제를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큰 증권사에 허용할 경우 위험 부담이 크다는 점을 들고 있다.
아울러 증권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일부 대기업이 ‘사금고화’할 수 있다는 이유도 언급되고 있다. 사실상 재벌기업이 은행 업무까지 하게 돼 ‘금산분리’의 원칙이 모호해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지나친 우려라고 반박하고 있다. 초대형 IB 진출 조건인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의 경우 은행에 비해 위험요소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은행과 증권, 보험 등의 각 금융업권 장벽이 무의미해진 현재 업계 상황에서 굳이 ‘은행업과 증권업’의 구분을 나누는 것 또한 지나친 잣대라는 지적이다.
초대형 IB에 진출하는 대형 증권사에만 법인 결제를 허용하더라도 중소형 증권사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 진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법인결제 미허용 등 당국의 규제가 업계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IB의 취지에 걸맞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