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법인·보유세 등 인상 불가피
-
문재인 정부의 조세정책 밑그림이 나왔다.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많이 걷겠다는 것인데 법인세나 경유세, 부동산 보유세 등은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사실상 내년부터 증세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정부의 증세 추진에 특정 계층과 기업의 세금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야당은 "증세에 관한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자유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30일 원내대책회의서 "국정기획자문위의 증세 계획안은 문재인 정부가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한 대선 공약의 파기"라고 주장했다.이어 "앞으로 세금을 이용한 일자리 확대와 무분별한 복지 팽창으로 재정지출 증가율이 7%까지 늘어 결과적으로 세금폭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약속한 일자리 공약 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35조6천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출을 줄이는 방식의 재정개혁으로 22조4천억원을 준비하고 나머지는 조세제도를 손질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증세는 부자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단계적 증세 방침을 밝혔다.국정기획위의 조세개혁안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대기업, 고소득자 감세 정책이 소득분배 악화에 기여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경기 침체 여파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깊게 파고들면서 소득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것이다.올 하반기 중으로 조세 재정개혁 특위를 신설, 법인세 명목세율인상과 경유세 등 수송용 에너지 세제개편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또 대기업의 비과세 감면도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국정위는 공약이행 소요재원을 재정지출 구조조정, 세수증가분, 탈루소득 과세 강화 등으로 조달한다고 밝혔다.다만 경유세 인상의 경우, 불과 지난 26일 기획재정부가 "경유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사흘 만에 이를 번복해 말바꾸기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단순히 기재부와 국정위 간의 소통 부재로 볼 것이 아니라 조세 영역에 대한 접근 방식부터 다른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또 당장 논란이 될만한 세제개편안은 내년으로 미뤘다. 증세 논란이 커질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 대변인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조세·재정 개혁 과제들은 논의 기구를 통해 토론과 합의를 거쳐 내년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