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관계 기초 성실한 답변 등 협조 눈길"질문 재요청 등 긴장감 없이 사업 전반 사실관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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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직접 진술에 나섰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공소사실에 공개적으로 답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이재용 부회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50차 공판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증인석에 앉았다. 지난 4월7일 1차 재판에서 인정신문에 나선 이래 4개월 만이다.피고인신문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신문이 종료된 오후 4시 35분 시작됐다. 다만 소송 관계자들의 저녁 식사를 위해 약 1시간 뒤인 오후 5시 30분께 휴정됐다가 7시 재개됐다.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청문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증인신문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꼿꼿한 자세를 유지한 채 정면을 바라보며 특검의 질문에 답했다. 특히 특검의 질문이 길어지자 '질문의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며 다시 질문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이 부회장의 연혁을 확인한 특검은 미래전략실과 이 부회장의 관계, 대외활동에 삼성그룹을 대표해 참석하게 된 배경 등을 확인했다. 또 갤럭시노트7 리콜,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 삼성 테크윈 매각, 반도체 및 LCD 신규 투자 결정에 관여한 배경도 질문했다.더욱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상조 공정위원장, 홍완선 국민연금 전 기금운영본부장 등의 진술을 확인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절차였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이 부회장은 특검의 질문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양사 사장님의 최종 의사결정으로 정해졌다' '김 위원장의 주장과 달리 매일 아침 회의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미래전략실 해체에는 최 전 실장의 코치가 있었다' '물산 합병과 관련해 엘리엇의 반대가 있어 원점에서 재검토할 뜻을 밝혔다' '엘리엇이 나오기 전까지는 물산 주가 저평가와 같은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등의 답변을 이어갔다.그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 전에는 자신이 소속된 삼성전자와 전자계열사 관련 업무를 95% 이상 담당했지만, 와병 후에는 전자 외 다른 계열사들에 대한 의견 교환이 부쩍 늘어났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최 전 실장이 그룹을 총괄하는 미래전략실장으로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이 부회장은 "회장님 와병 전에는 전자 등 제가 맡고 있던 부분에 대해서만 논의한데 반해 와병 후에는 실장님께서 저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빈도가 점점 늘었다"며 "실장님께서 판단하셔서 본인이 직접 이야기를 해주시거나, 담당 임원을 보내 설명해주시는 절차로 진행됐다"고 말했다.삼성물산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물산 합병에 적극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삼성 임원의 한사람으로서 합병 성사를 위해 돕고 싶었다"며 "국민연금이 삼성 모든 계열사의 최대주주인 상황에서 그들의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경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이 부회장은 엘리엇의 문제제기를 포함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 "회사의 본업인 사업이 잘돼야 하는데 많은 직원들이 다른 것에 시간을 빼앗겨 안타깝게 느껴졌다"며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경쟁력을 쌓는데 시간을 써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한편 이 부회장의 피고인신문은 저녁 늦은시간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이 이 부회장을 상대로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이지만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