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는 공짜?… 매출 는 골판지 업계 '속 빈 강정'

민족 대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지인들에게 선물을 보내려는 사람들로 택배 물량이 늘고 있다. 덩달아 제품을 포장하는 데 쓰이는 종이상자의 수요도 치솟고 있다.

하지만 종이상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골판지 원자재를 생산하는 골판지원지 업체와 박스 업체는 웃기는 커녕 서로를 원망하고 있다. 실적 악화 때문이다. 왜 그럴까. 과잉경쟁과 '종이상자=공짜'라는 인식에 충분히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2일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과 한국제지연합회 등에 따르면, 박스 업체들과 원지 업체들은 최근 원지 가격 인상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박스 업체들은 "하루 속히 원지 가격 인상을 철회해 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진정서를 냈고, 원지 업체들은 "폐지 가격이 급등해 경영난에 처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종이상자는 폐지 수집을 시작으로 원지·원단(원지 사이에 구불구불한 골심지를 넣어 쿠션이 있게 만든 제품) 제조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이후 식품업체나 유통업체 등에 납품돼 이들이 생산·판매하는 제품과 함께 택배 기사들의 손에 들려 각 가정에 전달된다.  

문제는 오른 폐지 가격 만큼 종이상자의 가격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유통업체 등 수요처에 제품 가격을 대폭 올려서 팔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박스 업체와 원지 업체 간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종이상자는 업체간 과잉 경쟁도 있겠지만, '종이상자=공짜'라는 인식이 강해 가격을 올리기 매우 어려운 제품"이라며 "종이상자 가격을 올릴 수 없으니 폐지 가격 인상분을 원지 업체와 함께 박스 업체들도 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폐지 가격은 수도권 공장 도착 기준으로 지난해 7월 kg당 150원대에서 올해 7월 220원대로 1년새 46.6% 올랐다. 이로 인해 원지 업체들은 지난해 7월 30%, 올해 2월 15%씩 가격을 인상했고, 올해 8월에도 30% 올렸다.

이에 대해 원지 업체들은 "폐지 가격 급등은 포장 수요 증가로 폐지 사용량은 증가했지만 폐지 회수량에는 큰 변동이 없고, 올해 상반기 중 폐지 수출이 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가격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박스 업체들은 "폐지 가격 상승분을 초과하는 금액을 영세 중소기업들에게 전가해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국내 상자 시장에서는 신대양제지, 아세아제지, 태림포장, 삼보판지 등 4대 메이저의 계열사와 영세 중소기업이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원단 가격이 1년 동안 100% 가까이 인상됐음에도 상자 가격 인상을 유보하고 있어 영세기업들이 진퇴양난 형국에 처하도록 만들어 놓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