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동양화학 입사 후 50여년간 화학업계 대표 경영인폴리실리콘 세계 Top3, 태양광 신재생 에너지 대표기업 도약… 재계 24위경총 회장-대한 빙상연맹 회장 역임… 노사관계 혁신-쇼트트랙 강국 초석"남에게 피해주는 일 욕먹을 일 하지 마라"… 사람 중심 경영 '귀감'


  • OCI의 이수영 회장이 21일 만 75세의 일기로 영면했다.

    이 회장은 1942년 9월 故 이회림 창업주의 여섯 자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1940년 경기고와 1964년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교 경영대학원(1968년 졸업)에서 경제학을 수학했다.

    이 회장은 1970년 당시 경영위기에 봉착한 동양화학(OCI의 전신)에 전무이사로 입사해 1979년 사장, 1996년 회장으로 취임해 최근까지 회사 경영을 총괄해 왔다.

    화학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과 제휴하며 국내 화학 산업 발전에 기여한 이 회장이다.

    프랑스 롱프랑사(Rhone Poulence)와 합작을 통해 '화이트 카본' 사업(1975년 한불화학 설립), 미국 다이아몬드 샴록사(Diamond Shamrock)와 '탄산카리' 사업(1980년 한국카리화학 설립, 現 유니드)을 국내에서 시작했고

    1985년에는 독일 데구사(Degussa)와 자동차 매연 저감 촉매를 생산하는 오덱(Ordeg)을 1991년에는 일본 스미토모 화학과 반도체 약품을 생산하는 동우반도체약품을 각각 설립했다.

    1970년대 국내 수출을 주도하던 신발, TV, 반도체, 자동차 등 산업의 핵심 원료를 공급하며 대한민국 산업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5년에는 국내 소다회 공장의 경쟁력 약화에 따라 국내 사업을 접고, 천연 소다회가 풍부하게 매장된 광산을 보유한 미국 와이오밍 소다회 공장을 인수해 세계 3위의 소다회 생산업체로 발돋움했고 2001년에는 제철화학과 제철유화를 인수해 동양제철화학으로 사명을 바꾸고, 석유, 석탄화학 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2006년에는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사업화를 결정하고 2008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해 신재생 에너지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3년 만에 글로벌 'Top 3'  메이커로 도약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 회장은 2009년 OCI로 사명을 바꾼 뒤 '그린에너지와 화학산업의 세계적 리더 기업'이라는 비전을 선포했고 화학 기업에서 에너지 기업으로의 변신을 추구했다.

    태양광 발전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사업에 이어 태양광 발전 사업에도 도전하여 2012년 400MW 규모의 미국 알라모 태양광 발전소 계약을 수주하고 지난해 성공리에 완공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최대 규모인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후 축적된 노하우와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한국, 중국, 북미 등 세계시장을 개척해 왔다.

    이 회장은 2004년부터 한국 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 추대돼 2010년까지 3연임을 하며 기업들의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을 강조했다.

    특히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세계경제 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운영을 촉구하고 '노조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등 노사가 협력해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하는 합리적인 노사관계 구축에 크게 이바지했다.

    경총 회장으로서 뿐 아니라 회사 경영에도 노사화합을 최우선으로 강조해 파업 없는 사업장을 운영하며 OCI를 한국의 대표적인 노사화합 기업으로 이끌었다.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남에게 피해줄 일, 욕먹을 일은 애당초 하지 말라. 돈을 버는 일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라는 말을 항상 강조했고 '사람이 곧 기업'이라는 창업정신에 기반해 화학 전문 인재 육성에 노력했다.

    이와 함께 'Chance, Challenge, Change(기회, 도전, 변화)'’의 핵심가치와 '서두르지 말아라. 그러나 쉬지도 말아라'라는 실천의 중요성을 임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창의적인 인재로의 성장을 당부해 왔다.

    장학사업, 문화사업, 솔라스쿨 등 이어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선 이 회장은 기업 시민으로서의 역할도 중시해 인천 송도학원의 송도 중·고등학교를 운영해 왔으며 송암문화재단을 통해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한 장학지원도 앞서 실천했다.

    또 OCI미술관을 통해 국내 신진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국내 현대 미술 활성화를 위한 무료 전시 및 지방 순회전도 지속해 오고 있다.

    폴리실리콘 사업을 시작한 인연으로 2011년부터는 전국 300개 초등학교에 5kW급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솔라스쿨(Solar School)'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어린이들이 태양광 발전설비를 보면서 폴리실리콘 없이도 태양 에너지에서 곧바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명해줬으면 하는 염원을 담기도 했다.

    또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 동안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역임하며, 불모지였던 한국 빙상 스포츠를 세계 강국으로 도약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쇼트트랙 분야에 대한 집중 육성으로 남자 1000미터와 5000미터 계주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빙상에 대한 이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헌신은 오늘날 우리나라 쇼트트랙을 세계 최강 국가로 올라서게 했으며, 평창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는 초석이 됐다.

    백우석 OCI 부회장은 "회장님은 회사 창업 초기부터 경영에 참여하면서 OCI를 재계 24위의 기업으로 키웠고 해외의 많은 기업가들과 교류하면서 한국 화학 산업과 경제의 미래를 항상 걱정하고 업그레이드할 방안을 제시해 오셨다"며 "비록 일흔을 훨씬 넘기신 연세였지만 최근까지도 아침 일찍부터 출근해 회사경영을 직접 지휘하셨는데,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시게 되어 당황스럽고 안타깝다"고 고인의 안식을 기원했다.

    이 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김경자 여사와 장남 이우현(OCI사장), 차남 이우정 (넥솔론 관리인), 장녀 이지현(OCI미술관 부관장)이 있다. 또한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과 이화영 유니드 회장이 동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