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CT, "삼성·LG 세탁기 120만대 초과물량에 50% 관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과 관련, 120만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 무역위는 21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삼성·LG의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 가전업체 월풀이 요청한 일률적인 50% 관세 적용에서는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대신 저율관세할당(TRQ)을 120만대로 설정했다.

TRQ는 일정 물량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를 매기되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수입제한 조치다.

따라서 삼성과 LG는 미 무역위 권고에 따라 수입 세탁기가 210만대를 초과할 경우 50%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

이 권고안은 월풀과 삼성·LG의 요구를 절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과 LG는 글로벌 TRQ를 145만 대로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만 관세 50%를 부과해 달라고 ITC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수입제한 조치가 미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입장도 유지했다.

아울러 미 무역위는 삼성과 LG가 수출하는 세탁기 중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120만 대 미만의 물량에 대한 관세를 놓고선 4명의 ITC 위원이 '무관세'와 '20% 관세' 의견으로 나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역위는 이들 의견을 각각 담은 2개의 권고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일로부터 60일 내에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와 수위를 최종 결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 구제조치를 받아들인다면 16년 만에 세이프가드가 부활하게 된다.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제품에 8~30%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앞서 ITC는 지난달 6일 월풀이 삼성과 LG를 상대로 제기한 세이프가드 청원을 심사한 결과, 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수입 세탁기의 판매량 급증으로 인해 미국 내 산업 생산과 경쟁력이 심각한 피해 혹은 심각한 피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대형 가정용 세탁기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은 월풀( 38%), 삼성(16%), LG(13%) 순이다. 삼성과 LG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 수출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규모는 총 10억 달러(약 1조140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