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해소 차원… 전체 계열사도 26개→22개 감소이호진 전 회장, 내년 중 1000억대 지분 무상 증여
  •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연합뉴스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연합뉴스

     

    태광그룹이 대규모 지배구조 개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친족 소유의 계열사를 합병하는 등 단계적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한다. 이호진 전 회장도 1000억원대의 개인 지분을 무상으로 증여하는 등 이번 개혁 작업에 적극 참여키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기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비판을 자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태광그룹은 향후 내부거래의 근원적 해결과 단계적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 기업문화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태광그룹은 26일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투자부문), 쇼핑엔티 등 3개사의 합병 계획을 공시했다. 이 전 회장은 티시스가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짐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1000억원 상당의 티시스(사업부문) 지분 전체를 무상으로 증여할 계획이다. 해당 지분은 내년 상반기중 법적 검토를 거쳐 증여방식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내년 중 이 전 회장의 무상 증여 등 후속조치가 완료되면, 이 전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티시스 등 계열사를 둘러싼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이 모두 해소된다. 공정위의 자발적 개혁 요구를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합병 예정일은 내년 4월1일이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번 개선작업은 지배구조 개혁에 관한 그간의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계열사간 출자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2년여에 걸쳐 총 4단계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1단계는 지난해 12월 세광패션 매각, 2단계는 올해 7월 메르벵과 에스티임의 증여와 매각이었다. 이번 합병은 3단계에 해당된다. 4단계는 이 전 회장이 증여할 계획인 약 1000억원 상당 지분에 대한 법적 검토가 끝나는 내년 중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태광그룹 전체 계열사 수는 26개에서 22개로 줄어들게 된다. 특히,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는 세광패션, 메르벵, 에스티임, 동림건설, 서한물산, 티시스, 한국도서보급 등 7개에서 한국도서보급 단 1개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한 내부거래 가능성도 원천적으로 차단되게 된다는 게 태광그룹측의 설명이다.

     

    앞서 이 전 회장 측은 일감 몰아주기 해소 차원에서 지난 7월 본인과 가족 등이 보유하고 있던 55억원 상당의 와인 유통업체 메르벵 지분 전체를 태광관광개발에 무상 증여했다. 디자인 업체 에스티임도 티시스에 매각했다. 염색업체인 세광패션 지분은 지난해 12월 업무 연관성을 고려해 태광산업에 매각했다.

     

    이번 합병은 지배구조의 단순화와 함께 업무 전문성도 고려됐다.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투자회사)는 지분구조가 비슷해 계열사 줄이기의 효과가 있고, 쇼핑엔티는 업무 연관성이 높은 한국도서보급의 온라인 유통사업, 티시스의 물류사업 등과의 협력으로 오랜 적자에서 벗어나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예정대로 내년 4월에 3개사의 합병이 실행되고 이 전 회장의 무상 증여가 결정되면 출자구조에 대한 개선작업은 완료되며, 지배구조가 단순·투명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이와 같은 출자구조의 개혁에 그치지 않고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 윤리경영시스템의 강화 등을 지속 추진해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태광그룹은 지난 9월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을 학교법인 일주세화학원, 일주학술문화재단, 세화예술문화재단 등 3개 재단 이사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허승조 이사장은 이 전 회장의 큰 누나인 이경훈 씨와 부부 사이로, 이 전 회장에겐 큰매형이다.

     

    학교법인 일주세화학원은 1977년 태광그룹 창립자인 일주(一洲) 이임용 선대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했으며 1978년 세화여중·고, 1987년 세화고가 각각 개교했다.

     

    일주학술문화재단은 1990년 장학금 및 연구비 지급, 교육기관지원 등을 목적으로 이임용 선대회장 등이 기부해 설립한 자산규모 744억원의 장학재단이다. 장학사업, 학술지원 등을 통해 27년 동안 963명(해외박사 169명, 학사 794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428억원을 지원했다.

     

    세화예술문화재단은 이임용 선대회장과 함께 태광그룹을 만든 세화(世和) 이선애 이사장(1927~2015)이 941억원의 자산규모로 설립한 재단이다. 국내외 작가 전시를 통한 문화예술 교류, 창작지원, 예체능 장학생 선발·지원 등 다양한 문화사업을 추진하며 전시·창작활동지원과 문화예술공간운영에 234억원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