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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이 미국 철강재 관세 부과 시점에 맞춰 미국향 철강재 가격을 인상한다. 동국제강의 자체적인 가격 인상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부과하기로 한 25% 관세율만큼 올려, 북미 사업에 있어 이익 보전을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부가 관세 면제를 위해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상하고 있지만, 관세 면제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13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오는 23일부터 대(對)미국 철강재 판매가격을 전 품목에 걸쳐 25% 인상키로 했다.
동국제강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신을 지난 9일 자회사인 동국인터내셔널(DKI)를 통해 북미 고객들에게 통보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의 북미 고객들은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철강재 관세 부과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동국제강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면서 팔 수 없기에 불가피한 조치로 여겨진다.
동국제강은 서신을 통해 "미국의 동맹국이자 무역파트너인 한국은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부과국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 중이다"면서 "그런데 이러한 노력들이 미국내 정치 지도자들과 사업 파트너들에게 통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국제강이 미국향 수출 제품 가격 인상을 우선적으로 알리는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동국제강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한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 면제국에 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판단의 배경에는 한국의 대미 철강재 수출 규모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약 362만톤의 철강재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이는 미국의 지난 한해 수입량인 3687만톤의 약 9.8% 수준이다. 한국보다 많은 철강재를 수출한 국가는 브라질과 캐나다 단 2개 국가 뿐이다.
일각에서는 동국제강이 국내 다른 철강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미 수출 규모가 작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동국제강의 대미 수출액은 전체 매출의 4% 남짓으로 알려졌다. 이는 넥스틸이나 세아제강의 미국향 수출이 매출의 10% 이상 차지하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는 지난 1월 신년인사회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로 동국제강이 대미 수출에 간접적인 영향은 받을 수 있으나 직접적으로 받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대미 철강 수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의 이같은 결정과는 별개로 정부는 23일까지 관세 면제를 위해 미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상한다는 계획이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관세 부과 방침에 대응해 막판 총력전을 펼치기 위해 금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불과 3주일 사이 세번째 미국 방문길에 오르며, 정부 주요 인사를 만나 최종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2일 장관급 회의를 열고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폭탄 조치에 대한 제외 방안 등 대책을 논의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11일 스티븐 므누친 미국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산 철강을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오후(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철강 및 알루미늄 업계 종사자들이 자리한 가운데 수입 철강재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제재안의 효력은 오는 23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전 캐나다와 멕시코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서명 이후 호주 역시 미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관세 면제권을 얻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