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발표, 타르에만 집중… 실험 방식도 문제" 지적 "일반 담배와 같은 취급 아쉬워, 소비자 혼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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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일반담배보다 더 많은 타르가 검출됐다고 밝힌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발표 이후 이를 둘러싼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담배업계는 이에 정부의 담배 정책 방향성에 의문이 든다는 공식입장을 내고 식약처 결과 발표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는 식약처의 결과 발표에 실망스럽다는 공식 의견을 냈다.
담배에 불을 붙여 태우는 방식인 일반 담배와 열을 가해 쪄 내는 방식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형태가 다른데도 동일한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해 소비자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타르가 곧 유해물질'이라는 선입견이 폭 넓게 퍼져있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식약처의 결과 발표는 궐련형 전자담배보다 일반담배가 더 낫다는 식의 오해를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실험 측정 방식 자체에 의문을 표했다. 담배에서 검출되는 물질을 측정하기 위해 '필터패드'를 사용하는데 배출물의 80% 이상이 수분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수분 측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검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배출되는 물질 중 수분이 증발해서 손실되는 값도 정확히 측정해야 하는데 식약처의 검사는 이를 감안하지 않았다"며 "필립모리스 자체 검사와도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검출 측정시 일반 담배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만 한국과 독일, 중국은 일반 담배와 동일한 기준으로 검사를 진행했다.
독일은 결과 발표 시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수치를 비교하는 것은 형식적으로 계산할 수 있지만 이를 비교하는 것은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는 타르 수치보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감소 수치에 초점을 맞춰 결과 발표를 진행하면서 논란을 빗겨갔다.
한국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에 비해 니코틴과 벤조피렌,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벤젠, 1,3-부타디엔 등의 비율이 평균 80% 이상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가 '타르' 수치만을 강조하면서 담배업계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이번 식약처의 결과 발표를 보고 정부의 담배 정책 방향성에 의문이 든다"며 "담배를 끊는 것이 물론 국민의 건강에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금연을 하지 못하거나 할 생각이 없는 흡연자들에게 일반담배보다 나은 대체제로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등장했는데 식약처 발표만 놓고 보면 일반담배가 타르가 적어 더 낫다는 느낌마저 준다"고 우려했다.
이어 "궐련형 전자담배는 현재 일반담배 90% 수준의 세금이 책정돼 있는데 일부에서는 정부가 세수를 더 걷기 위해 궐련형 전자담배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갖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이번 결과 발표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다면 불신과 오해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편 필립모리스는 식약처의 결과 발표 다음날인 지난 8일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유해물질 비율이 저감됐다는 분석결과는 배제하고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만큼 유해하다는 것을 시사하기 위해 분석결과 중 타르 수치에 초점을 맞췄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필립모리스 측은 "타르는 태우는 일반담배의 연기에 적용되는 개념이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며 식약처의 해명을 요구했다.
필립모리스는 오는 18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약 1000명의 성인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아이코스 6개월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이번 식약처 논란과 관계 없이 꾸준히 진행해오던 아이코스 임상연구의 6개월 결과 발표를 하는 자리"라며 "일반담배를 피우는 흡연자, 흡연을 하다 금연한 사람, 일반담배에서 아이코스로 전환한 사람 등 3개 군으로 비교해 체내 유해물질 축적량, 해당 유해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결과는 올해 상반기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BAT코리아도 지난 11일 식약처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결과 발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BAT코리아는 "식약처가 발표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분석 결과가 BAT의 검증된 자체 연구결과와 부합한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식약처의 분석결과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일반담배 대비 유해성분 배출량이 상당히 감소됐음에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잠재적 유해성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놀라우며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BAT 코리아는 "타르 수치에 대한 식약처의 분석결과가 오도적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와 같이 궐련에 불을 붙여 태우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담배와 같은 타르를 생성하지 않으며 최근 독일 연방위해평가원도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의 타르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BAT가 전자담배에서부터 궐련형 전자담배까지 유해성이 감소된 고품질의 혁신적인 대안 제품을 제공하고자 하는 이유"라며 "소비자들과 규제당국은 이러한 제품의 잠재적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담배업체인 KT&G 측은 "정부의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조사에 대한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궐련형 전자담배 또한 일반적인 담배의 범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해 대비를 이뤘다.
업계 관계자는 "KT&G 입장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판매하고 있지만 시장 후발주자인데다 일반담배 판매비중도 높기 때문에 식약처의 결과 발표를 크게 문제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식약처 측은 현재까지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식약처가 어떠한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