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 "노동계 빼고 하겠다" 최후통첩에 버티기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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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은 여당과 최저임금법 재개정은 물론 최저임금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는 태도다.
27일 한국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과 고위급 정책협의를 하고 '최저임금 제도 개선과 정책협약 이행에 관한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라며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최저임금위와 일자리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 논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화 복귀 시기는 위원장이 결정한다.
한국노총은 지난주부터 민주당과 정책실무 차원에서 개정 최저임금법의 문제점 등을 논의해왔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은 여당과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 이후 바로 최저임금법 재개정을 추진하고 올해 안으로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벌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정기상여금 등을 산입범위(산정기준)에 포함한 개정 최저임금법의 영향으로 피해를 보는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고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의 임금 지급 능력을 높이는 지원 방안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에 계속 불참하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는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복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최저임금을 올리는 게 저임금 노동자 소득 증가에 도움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은 개정 최저임금법에 반발하며 지난 19일부터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 불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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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복귀 시기였다. 최근 공익위원은 노동계의 대화 복귀를 촉구하며 압박에 나섰다. 공익위원은 지난 25일 '최저임금 심의 파행에 대한 입장'을 내고 노동계의 대화 복귀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공익위원은 "얼마 남지 않은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결정 기한을 지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법적 책무"라며 "오는 8월5일까지 반드시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을 결정·고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앞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공익위원 입장문은 법정 심의 시한을 넘겨도 마지노선을 넘기지는 않겠으니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노동계가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공익위원은 27일에도 전원회의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노동계를 압박했다. 공익위원은 "28일 제8차 전원회의를 열되 그날도 근로자위원이 불참하면 앞으로 운영 일정을 확정하고 논의를 통해 최저임금을 의결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계 없이 최저임금을 결정하겠다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더는 대화 불참에 따른 실익이 없는 한국노총으로선 이날 여당과 정책협의를 진행한다는 명분을 쌓으면서 공익위원의 사회적 대화 복귀 촉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게 됐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법정 심의 시한은 오는 28일까지다. 법정 심의 시한을 넘겨도 논의는 이어갈 수 있다. 다만 노동부는 8월5일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이의 제기 등에 걸리는 기간을 고시 전 20일로 정하고 있으므로 최종 합의가 이뤄질 마지노선은 다음 달 16일까지다.
최저임금 의결에는 노사 위원이 각각 3분의 1 이상 출석해야 한다. 근로자위원 9명 중 한국노총 추천 위원은 5명이다. 한국노총의 대화 복귀 선언으로 불완전하게나마 노사정 3자 대화의 틀은 갖추게 된 셈이다.
한국노총의 최저임금위 복귀 선언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행보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개정 최저임금법에 관한 내용 변화가 없으므로 사회적 대화 불참 방침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