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누적 '완전자본잠식' 후 되살아 났지만… 신사업 부재 등 고민 여전EC '옵티칼 디스크 드라이브 담합' 결정 불복 소송 따라 희비 엇갈릴 듯
  • LG전자가 일본 히타치그룹과 합작으로 운영하고 있는 히타치LG데이터스토리지(이하 HLDS)가 적자 누적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까지 빠졌다가 극적으로 되살아났다. 

    HLDS를 살리기 위해 LG전자와 히타치그룹이 고군분투한 결과다. 하지만 잇딴 담합 이슈가 불거지는 등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아 앞으로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전자가 지분 49%를 투자하고 있는 히타치LG데이터스토리지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지분가치를 다시 인정받았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HLDS는 장부 상으로 지분가치를 전혀 인정받지 못했지만 올들어 62억원으로 지분가치가 다시 인정됐다.

    LG전자가 일본 히타치그룹과 49대 51의 비율로 만든 합작사인 HLDS는 설립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적자에 빠져 자본금을 모두 소진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는 LG전자도 투자금을 모두 손실한 것은 물론, HLDS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빌려주는 등 회생에 힘을 썼다.

    몇 년에 걸친 회생 노력으로 HLDS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소액이지만 1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완전자본잠식에서도 벗어났다.

    설립 당시 출자금과 이후 투입한 자금까지 총 1000억원을 투자한 LG전자는 올 상반기 비로소 투자금 일부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LG전자와 일본 히타치의 합작 역사는 올해로 16년차. 지난 2003년 회사를 설립하고 CD-ROM으로 알려진 광학드라이브 사업을 시작으로 점차 사업영역을 확대해 갔다. CD-ROM과 DVD 등이 활발하게 쓰였던 2000년대 초만해도 경쟁사인 삼성전자 등을 제치고 업계 1위 자리를 지켰을 만큼 비전 있는 사업이었다.

    이후 2010년대 들어 광학드라이브 사업이 사양길을 걸으면서 HLDS는 위기를 맞았다. USB와 플래시메모리 등 반도체 저장 장치 중심으로 변하는 IT업계 트랜드를 따라 잡지 못해 부진의 늪에 빠졌고, 최근까지도 이 여파가 고스란히 이어져 오고 있다.

    가까스로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HLDS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이렇다할 신사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지만, 납품가격 담합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해 여러번 고초를 겪었다. 지난 2015년에만 해도 유럽에서 제기된 제품 담합으로 480억원대의 과징금 폭탄을 맞아 실적 부진과 함께 재무에 타격을 줬다.

    HLDS는 이미 4년 전인 2014년부터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로부터 옵티칼 디스크 드라이브(Optical Disk Drive) 제품에 대한 담합 관련 조사를 받았다. 이듬해인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라 과징금 480억여원을 부과받았고 이후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현재까지도 진행중이다.

    소송 결과에 따라 과징금 480억 원 중 일부를 되돌려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HLDS가 앞으로도 제품 가격 담합에 대한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2년에도 미국에서 휴렛패거드(HP)에 컴퓨터용 광디스크 제품 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입찰에 참여했던 사건으로 관련 임원은 구속됐고, 2800만원 가량의 벌금도 냈다. 이에 앞서 또 다른 가격담합으로 235억원 가량의 벌금을 물기도 하는 등 벌써 담합 관련 과징금 이슈만 세번째다.

    LG전자 관계자는 "유럽에서의 과징금 부과 이슈는 처음 제기된 2014년 회계 상 미리 처리돼 현재 HLDS의 재무상태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이와 관련한 소송이 아직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