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싼 치과는 '왕따'… 치협 괴롭힘에 '네트워크병원' 탄생"폐쇄적인 치과계 문제 해결하려면 국민들의 관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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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진료하는 치과를 괴롭히는 문제가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내가 쓴 소설을 계기로 사람들이 치과계의 가격담합 문제에 대해 알게 됐으면 좋겠다."
지난 2일 오후 2시 여의도 유디주식회사 본사에서 만난 고광욱 유디 대표이사(39세)는 최근 소설 '임플란트 전쟁'을 출간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해당 소설에는 10여년간 이어진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와 유디치과의 '반값 임플란트 전쟁사(史)'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 소설을 통해 고 대표가 전하려던 메시지는 간단하다. 진료비를 싸게 책정한 치과들을 굳이 괴롭히지 말아 달라는 것. 그리고 치과의사들의 가격담합을 깨려면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소설에서는 지역 치과 월례회에서 한 치과의사가 진료비를 싸게 책정해서 죄송하다고 공개사과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설에 등장하는 창주시 치과협회 총무 장민구는 "우리 창주시는 단합이 잘되기로 유명한 지역"이라며 "좋은 게 좋은 거랍시고 한두 번 넘어가기 시작하면 옆 동네처럼 수가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진료비를 싸게 했다는 이유로 공개사과까지 종용한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지역별로 '표준수가'가 있어 그보다 싸게 진료하면 지역치과협회의 보복을 당할 수 있다. 고 대표는 "불과 1~2년 전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며 "유디치과가 아니라 일반 치과가 당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표준수가보다 싸게 진료하는 치과에 민원을 걸고, 해당 치과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퇴사를 종용하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괴롭힌다. 소설 내용 중에는 유디치과가 실제로 겪은 발암물질 베릴륨(Be) 포함 의혹, 공업용 미백제 사건 등도 포함됐다. 결국 무고로 밝혀졌지만 이로 인해 유디치과는 심각한 이미지 훼손을 당했다.
이처럼 괴롭힘 당하는 치과의사는 한둘이 아니었다. 이들이 네트워크병원을 구성한 것은 괴롭힘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치협의 끈질긴 괴롭힘이 없었더라면 '유디'라는 이름 아래 모인 네트워크병원이 탄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네트워크병원인 유디는 현재 전국 100여개에 달하는 유디치과의 경영지원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정작 유디치과를 가장 괴롭혔던 '1인1개소법(의료법 33조 8항)'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유디치과만의 일로 비춰질까봐 우려해서다. 고 대표는 "유디치과뿐 아니라 싸게 진료하는 치과들을 괴롭히는 일에 대해 다뤘다"며 "일반인들이 볼 때 재미 없을 것 같은 부분이라 뺀 것도 있다"고 첨언했다.
'반(反)유디치과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은 의료인이 의료기관을 2개 이상 개설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유디치과 자체를 불법화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두고 동일한 상표를 사용하는 의료기관 연합체인 네트워크병원 운영은 불법이다. 유디치과는 척추관절 네트워크병원인 '튼튼병원'과 지난 2015년 9월 위헌소송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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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협이 진료비가 저렴한 치과들을 괴롭히는 속내는 결국 돈이다. 저렴하게 진료하는 다른 치과한테 환자를 뺏길 수 있다는 공포감이 싸게 진료하는 치과들에 화풀이하는 방식으로 발현되는 셈이다. 더구나 다양한 과로 나눠지는 의사와 달리 치과의사는 이해관계가 대체로 일치한다.
고 대표는 "치과의사들은 이해관계가 완벽하게 일치하는데다 폐쇄적인 환경에서 지내기 때문에 자신들의 생각만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학 졸업하고 치과의사가 되면서 거의 치과의사들과만 의견을 교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 안팎이다. 고 대표의 말에 따르면 국세청에서 측정한 치과의 영업이익률은 40%다. 해당 수치는 국세청이 보수적으로 산정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대부분의 치과들이 그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챙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과의사들은 좀처럼 자신들의 수입에 만족하지 못한다. 과거 선배 치과의사들과 주변 치과의사들의 수입을 자신이 벌어들이는 수입과 끊임없이 비교하기 때문이다.
유디치과는 네트워크병원으로 뭉쳤지만 전체 치과 수 2만여곳에 비하면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고 대표 역시 "치과계에서 유디치과가 차지하는 비율은 3~5%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환자들이 치과를 선택하는 기준은 가격만이 아니라 거리 등도 고려하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받는 치과가 많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고 대표는 2009년 치과를 개업한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치과계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바뀐 게 있다면 대놓고 괴롭히던 방식에서 보다 교묘하게 수법이 변했다는 정도"라고 언급했다.
그는 치과의사들끼리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폐쇄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봤다. 치과계의 문제를 공론화함으로써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다면 합리적인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게 고 대표의 바람이다.
고 대표는 "치과계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면 저절로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제 치과의사들도 환자들을 고객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