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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초부터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거래 자금 확보 길이 막힌 거죠. 집값 대부분을 대출로 조달하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거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는 거고, 주택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거죠. 지방 일부 단지의 경우 거래가 안 되면서 프리미엄이 하락하는 일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주택건설협회 관계자)
정부의 대출규제 여파가 입주시장에 미치고 있다. 정부의 금융권 대출 옥죄기를 본격화하면서 대출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2~3년 전부터 거론되던 '입주 폭탄'이 현실화되고 있다.
22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75.3%로 나타났다. 입주아파트 100가구 중 25가구가량이 빈집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8월에 비해 1.5%p 하락하면서 11개월째 70%에 머무르고 있다. 입주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입주율은 조사 당월 입주기간(통상 입주시작 후 두 달)이 만료된 단지 가운데 잔금을 완납하고 소유권 등기를 완료한 가구 수의 비율이다. 입주자모집공고 당시 미분양분은 제외하고 계산한다. 잔금 납부를 마쳐야 입주가 가능하다. 입주기간을 넘길 경우 계약자에게 연 10% 수준의 연체 이자가 부과되며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을 경우 계약이 취소되기도 한다.
서울과 인천·경기권의 입주율이 각각 87.6%, 83.3%를 기록했고 다른 지역은 대부분 70%대의 입주율을 나타냈다. 대구·부산·경상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입주율이 전월대비 하락했다.
미입주 사유로는 △세입자 미확보 35.5% △기존주택 매각 지연 29.4% △잔금대출 미확보 23.5% 등 대부분 잔금 마련이 어려운 경우였다. 입주자가 잔금을 치르기 위해서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거나 기존주택을 매각하거나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정부의 각종 규제로 시장이 위축되면서 잔금을 마련할 수 있는 통로가 막힌 것이다.
특히 '잔금대출 미확보'라는 응답은 8월 14.7%에서 지난달 23.5%로 급등했다.
박홍철 주산연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대출규제 기조를 강화해나가면서 은행에서도 잔금대출을 까다롭게 보는 경향이 심해졌다"며 "주택경기가 위축된 지방의 입주여건이 크게 나빠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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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은행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지표 도입 방안 및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제도 운용 개선방안'으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매년 줄여야 하는 만큼 대출심사도 그만큼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대출이 막힌 사례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12일부터 집단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NH농협은행 등도 가계대출 증가율이 올해 목표치에 이미 육박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은행권 DSR 규제도 이달 말부터 시작된다. DSR은 대출자가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금융위는 DSR이 70%를 넘는 대출을 고(高)DSR로 분류했다. 시중은행은 앞으로 고DSR이 전체 대출의 15%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현재 시중은행 대출 중 고DSR 대출 비중이 19.6%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이달 말부터는 대출 감축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지방은행과 농협·SH수협은행·IBK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은 고DSR 대출을 각각 30%, 25% 이내로 맞춰야 해 시중은행보다는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이미 고DSR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고DSR 대출 비중을 10%p가량 줄여야 한다.
평균 DSR도 낮춰야 한다. 현재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 평균 DSR은 각각 52%, 123%, 128%다. 이를 2021년까지 각각 40%, 80%, 80% 이내로 줄여야 한다.
은행들은 연도별 평균 DSR 이행 계획을 내고 이를 따라야 하는 만큼 소득이 적거나 대출이 많은 사람은 대출받기가 어려워진다.
여기에 금리마저 올라갈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이 이르면 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대출금리도 일제히 올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2020년부터 가계대출에 불이익을 주는 은행 예대율(대출금/예수금) 규제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은행들이 내년부터 가계대출 비중 줄이기에 나서면 갈수록 은행 대출 문턱은 높아질 전망이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 입주물량까지는 계약자들이 잔금 마련의 기간이 청약 당첨 이후 어느 정도 있었던 만큼 대규모 미입주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내년 초부터 입주하는 단지들의 경우 이번 대출규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입주여건 전망도 어둡다. 이달 전국 입주경기실사지수(HOSI) 전망치는 68.9로, 9월에 비해 15.5p 하락했다. HOSI는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입주여건이 어떤지 조사해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입주여건이 좋다는 응답자가 많은 것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HOSI가 가장 높은 서울도 84.4로 100을 넘지 못했다. ▲전남 55.5 ▲경남 56.6 ▲충남 56.5 ▲강원 57.8 ▲부산 59.3 등 지방의 입주여건이 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이달에는 전국에서 지난달보다 11.8% 많은 3만8580가구가 입주 예정인 만큼 입주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에서는 입주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홍철 연구원은 "정부 규제나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 등 당분간 주택경기는 지방을 중심으로 입주여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건설사들은 입주마케팅이나 대출 지원 등으로 미입주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