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경쟁치열에 올 3분기도 내리막 화장품 소비 트렌드 온라인·헬스앤뷰티로 이동
-
내수침체와 브랜드 경쟁, H&B스토어(헬스앤뷰티숍)의 성장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화장품업계가 3분기(7~9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중국 특수를 누렸다가 금한령 등으로 수요가 한풀 꺾이면서 지난해부터 하락세다. 더욱이 1세대 로드숍 브랜드 스킨푸드마저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업계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같은 시장 상황에서 화장품업계는 대대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인해 기존사업만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힘들어지자 신사업으로 성장동력으로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봄날 갔나" K-뷰티 성장 정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 3분기 매출은 1조46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324억원으로 36%나 감소했다.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 경우 3분기 매출은 1조27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6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3% 감소했다.
이니스프리는 2016년까지 매출 성장을 이어왔으나 지난해부터 역성장하고 있다. 올 3분기에는 매출 1453억원으로 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46억원으로 전년 보다 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에뛰드는 매출이 23% 감소한 47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 적자는 지속됐다. 최근 전반적인 로드숍 시장의 침체 영향으로 매출이 하락하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미샤를 운영 중인 에이블씨엔씨는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731억원으로 전년 보다 12.1%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9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업체 역시 부진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잇츠스킨 올 상반기 매출은 1123억2276만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이 1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감소했다. 같은 기간 토니모리도 매출이 890억원으로 20.3% 줄었고 영업이익은 8억원의 손실을 기록햇다.
이들 업체의 부진은 자체 경영 악화와 중국 요인, 내수 침체 등에 따른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욱이 화장품 소비 트렌드가 브랜드숍이 아닌 H&B 스토어로 이동한 것도 한몫한다. 최근 드럭스토어가 새로운 유통망으로 주목받으면서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에 막강한 경쟁자로 떠오른 상태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오랜 기간 끝에 브랜드를 론칭하고 철수해왔던 대형 화장품 업체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들과 빠르게 움직이는 트렌드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
◇ 살길 찾아나선 화장품업계 '사생결단' 올인
화장품업계는 각자 살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브랜드 론칭 및 온라인몰 강화, 인수합병(M&A) 등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신규 메이크업 브랜드 '레어카인드(RAREKIND)'를 론칭했다. 이 브랜드 개성있는 화장을 선호하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시도다. 2030타깃층을 고려해 첫 론칭도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몰을 선택했다.
서경배 회장은 최근 온라인몰의 성장성을 인지하고 이 사업 부문을 강화에 힘써왔다. 소비 트렌드 변화와 함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토니모리는 올초 남성 화장품 브랜드 '그루밍랩(舊 미스터파이브)'을 인수하고 자회사를 설립했다. 그동안 토니모리는 라인으로 남성 화장품을 전개해 왔으나 단독으로 브랜드 전개한 것은 첫 사례다.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키우기도 한창이다. 에이블씨엔씨는 '돼지코팩'으로 유명한 미팩토리 지분 100%를 총액 324억원에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현금과 신주 발행을 통해 충당된다. 회사는 향후 미팩토리 매출을 1000억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달팽이 크림'으로 유명한 잇츠한불은 최근 색조화장품 전문 ODM(제조자개발생산)·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 안느를 인수했다. 스킨케어 등 기초제품에 편중된 잇츠한불의 화장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불확실성에 대한 면세채널의 적극적인 방어 전략 부재와 H&B 스토어의 공격적인 유통망 확대와 소비행태 변화에 따라 기존 화장품 브랜드들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면서 "히트상품이나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다면 실적 정체는 물론 최악의 경우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