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의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세노바메이트(Cenobamate)'의 신약 판매허가 신청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고 26일 밝혔다.
국내 기업이 독자 개발한 혁신 신약을 기술 수출하지 않고 FDA에 신약 판매허가 신청(NDA)을 제출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세노바메이트는 중추신경계 난치성 질환 치료제로 FDA 판매 허가를 받으면 오는 2020년 상반기 내 미국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북미·유럽·아시아·중남미 등에서 24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NDA를 제출했다. 부분발작(Partial onset seizure)을 보이는 뇌전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다수의 기관에서 2회에 걸쳐 위약 대조 임상 2상 효능 시험과 대규모 장기 임상 3상 안전성 시험 등을 진행했다.
뇌전증이란 뇌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 세포가 흥분해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지금까지 많은 뇌전증 치료제가 시판됐지만 뇌전증 환자 중 절반 이상은 여전히 발작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 데이터(Global Data)에 따르면 전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22년까지 69억 달러(약 7조원) 규모로 올해보다 12% 성장할 전망이다.
SK는 지난 1993년 신약개발 시작 이후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 개발에 주력해왔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는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고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진행해 왔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신약개발의)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최다인 16개 신약후보 물질의 임상 시험 승인(IND, Investigational New Drug)을 FDA로부터 확보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재즈사와 공동 개발한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Solriamfetol)도 FDA에 NDA를 제출한 상태다.
바이오·제약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SK㈜는 SK바이오텍을 중심으로 한 원료의약품 생산 사업에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 인수에 이어 지난 7월에는 미국 CDMO(위탁개발·생산업체) 앰팩(AMPAC) 인수에 성공했다. 세노바메이트의 시판이 결정되면 SK㈜ 자회사인 SK바이오텍 등이 원료의약품 생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의 독자개발 신약이 상업화에 성공하면 SK바이오팜은 연구, 임상 개발뿐 아니라 생산·판매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글로벌 종합제약사(FIPCO: Fully Integrated Pharma Company)'로 본격 도약할 계획이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SK바이오팜이 제출한 NDA를 FDA가 검토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조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중추신경계, 항암 분야 등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