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타미플루 부작용'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르면 내달 초에는 타미플루를 북측에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8일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에 따르면 지난주 국내 인플루엔자(독감) 의심환자수는 1000명당 71.9명으로 지난해 유행정점(72.1명)에 근접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지난달 16일 환자수 7.8명에 비해 9.2배 급증한 수치다.
북한에서도 평양을 중심으로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정부에서 독감 관련 대북 지원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통일부는 지난 27일 남북 감염병 협력의 일환으로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와 신속진단키트를 조만간 북측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타미플루의 부작용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라 대북 지원의 적절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2일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중생이 아파트 고층에서 추락한 사고가 일어났다. 유가족은 숨진 여중생이 타미플루 복약 후 환각 주장을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본은 타미플루와 이상행동 부작용 간의 인과관계 조사에 착수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타미플루의 부작용보다는 효능에 더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추락사 등 이상행동 관련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해당 부작용이 독감의 고열 증세로 인한 것인지 여부도 불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질본은 추락사 등 이상행동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1% 이하로 보고 있으며, 아직 타미플루와 이상행동 간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하진 못했다.
질본 관계자는 "일부 소아·청소년 환자에서 타미플루의 복용 후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추락 등의 사고에 이른 사례가 보고된 바 있지만, 이 약의 부작용에 의한 것인지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신경정신계 이상 증상이 타미플루의 투여로 인한 것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고, 타미플루를 복용하지 않았던 환자에서도 유사한 증상이 발현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도 해당 부작용이 타미플루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독감의 고열 증세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고된 독감 증상 중에는 고열을 동반한 정신착란, 상식 이상의 돌발행동이 포함돼 있다는 것.
박민수 복지부 정책기획관은 "통상적으로 약의 부작용이 기준 이내로 적게 발생하면 시판 허가가 된다"며 "(타미플루의) 복용 사례를 보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에 약을 전달하면서 복용 방법과 부작용에 대해 정확하게 전달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북한에 제공할 타미플루와 독감진단키트 물량에 대해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다.
독감 유행 정도를 봤을 때, 이번 지원 물량은 50만명분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009년 12월 50만명분의 독감 치료제를 대북지원한 사례가 있다. 당시 독감이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자 북한에서 이례적으로 도움을 요청했었다. 이에 정부는 타미플루 40만명분과 리렌자 10만명분 등을 북한에 조건 없이 공급한 바 있다.
지원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달 초가 유력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연내 지원은 힘들게 됐지만 구체적인 논의를 마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타미플루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독감 유행시기가 지나면 대북지원의 의미가 퇴색하기 때문이다.
박 정책기획관은 "지원 시기와 물량은 조금 더 협의를 거쳐야 한다"면서도 "독감은 겨울 질환이기 때문에 겨울이 지나기 전에 조속히 타미플루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