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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증권가에서는 구조조정 바람이 부는 한편 스타플레이어들의 영입전도 치열하다.
전통적으로 증권업은 대표적인 '사람(인력) 경쟁'이었지만 주 수익원이 바뀌면서 업계 종사자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부터 시작된 희망퇴직이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 등 다른 대형 증권사로 확산 중이다.
합병 3년차를 맞는 KB증권은 희망퇴직을 통해 60여명이 회사를 떠나기로 했고, 신한금융투자도 2015년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은 결과 30여명가량을 대상자로 선정했다.
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 역시 희망퇴직에 대한 접수를 시작해 이날 마감한다.
미래에셋대우,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모두 업계 내 상위권에 포진한 증권사라는 점, 최근 몇년 동안 몸집 불리기에 역량을 쏟았던 증권사였다는 점에서 희망퇴직에 특별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다만 이들 증권사의 희망퇴직은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직원들의 요청 이후 회사가 이를 수용한 성격이 강하다.
향후 시장 전망이 현재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연차의 직원들이 특별 위로금을 지급받고 선제적으로 퇴직하는 방식이다.
세 증권사 모두 24~30개월 수준의 급여와 2~3000만원 수준의 추가 지원금을 희망퇴직자들에게 지원키로 했다.
업계 내에서도 증권업이 전체적으로 어려웠던 2010년 초반 보다는 이번 희망퇴직이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편이라고 평가한다.
회사 역시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에 대한 부담을 지게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게 된다.
이처럼 일부 직원들과 회사 양측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최근 증권업의 추세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초까지도 코스피는 3000선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상황이 우호적이었지만 하반기 들어 폭락장세가 지속되며 올해는 각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모든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 위주의 사업에서 IB와 WM으로 비중을 옮기면서 인력에 대한 수요 역시 크게 줄어들고 있다.
전국의 개인 또는 법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이를 굴리는 사업(브로커리지)에서 소수의 전담부서가 국내외 투자처를 발굴하고 수익을 내는 사업(IB)로 구조가 바뀌며 자연스럽게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게 됐기 때문이다.
인력 확보가 필요했던 브로커리지 부문 역시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 되면서 증권업계는 갈수록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인력과 지점의 축소가 진행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일당백' 인력들에 대한 영입전쟁도 지속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증권업계 최고연봉으로 주목을 받았던 김성락 전 한국투자증권 전무와 김연추 차장을 트레이딩본부로 영입해 각각 트레이딩 1부문 대표(부사장)와 에쿼티 파생본부장(상무보)으로 선임했다.
김 부사장은 한국투자증권 재직 시절 오너와 대표보다 많은 급여를 받았던 만큼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미래에셋대우는 앞서 타사 부동산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원 등을 잇달아 영입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KB증권 역시 우수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NH투자증권의 부동산금융 인력을 대거 끌어들였고, 본사는 물론 전국 영업점에 근무 중인 우수 인력도 흡수했다.
다수의 일반 직원들을 줄이며 몸집은 줄이는 대신 성과를 보장할 수 있는 소수 인원 영입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으며 이같은 전략은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그 결과 증권업계 종사자는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3월 4만2317명이던 증권사 임직원 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3만5519명으로 약 5년 동안 7000명 가까이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전망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다수 증권사들이 위험 관리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실력 있는 직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영입에 나서고 있어 증권업계의 양극화 움직임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