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까지 새 사용자 선정… 내달 공모 시작국유재산 '최장 20년' 임대 개정안 국회서 표류철도공단 "흥행 안될라" 한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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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서울역 옛 역사와 영등포역사의 신규 사용자 선정을 위한 공모에 들어갈 예정이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내년 1월1일부터 새 사용자가 운영을 시작한다. 6개월간 인수인계 기간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까지는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며 "다음 주쯤 공고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자역사인 서울역 구역사와 영등포역은 2017년 말 30년 점용 기간이 만료돼 국가로 귀속됐다. 역사에 입주한 상인이 사업을 정리할 수 있게 내준 임시 사용허가가 올 연말 끝난다. 서울역 구역사는 그동안 한화역사가 운영해왔다. 롯데마트와 롯데몰이 재임대해 사용 중이다. 영등포역사는 롯데가 1987년 역을 새로 단장해 백화점 영업권을 받았다. 1991년부터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영업하고 있다.
이들 매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서남부 상권의 알토란 점포로 분류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영등포점 매출액 규모가 5000억원쯤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영등포점은 전체 사업장 중에서도 (매출 비중이) 높은 점포"라고 설명했다. -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관측되는 곳은 영등포역사다. 신세계백화점과 AK플라자가 관심을 보인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2곳 모두 문의는 들어왔고 관련 자료 요청도 있었다"며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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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유통업계 관심을 끌었던 임대 기간 연장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역사 내 상업시설 임대 기간은 5년+5년으로 최장 10년에 묶여 있다. 이를 10년+10년, 최장 20년까지 2배 연장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진행 중이다. 법 개정의 한 축인 철도사업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했다.
남은 관건은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다. 민자역사가 국가로 귀속되므로 국유재산 사용허가 기간에 대한 변경이 필요하다.
국토부와 철도공단의 신경이 곤두서있는 이유는 국회 상황이 악화일로에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여러 정치 쟁점으로 공전하는 상황에서 최근 공직선거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신속처리 안건(일명 패스트트랙)이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일각에선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어 대치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계류 중인 국유재산특례제한법 처리가 요원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새 사용자가 임대 기간 연장 혜택을 보려면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 5년+5년을 적용받게 된다.
철도 당국으로선 국회가 언제 정상화할지 장담할 수 없어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연말까지 법이 통과하면 되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돌발 상황이나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있어 시간에 여유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통업계는 임대 기간이 짧아 입찰 참여에 회의적이었다"며 "단기간에 사용자가 바뀔 수 있다는 게 알려지면 업체가 선뜻 나서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획재정부도 법 개정에 반대하지 않아 국회만 열리면 통과는 어렵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며 "(공모를 앞두고) 4월 임시국회에 기대를 걸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덧붙였다. 철도공단은 일단 법 개정 상황에 따라 임대 기간 연장 혜택을 못 볼 수도 있다는 내용을 공고문에 명시할 방침이다. -
철도공단은 이번 공모를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한다. 1단계 사전자격심사를 통해 무분별한 참가를 막고 최소한의 운영능력을 검증하겠다는 의도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가격만 높게 써냈다고 사업자를 선정하기엔 점포에 많은 사람이 종사한다"며 "상업시설 운영 규모나 실적(매출액) 등을 살펴 입찰에 참여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도공단은 지난 2월 참가자격안을 공개했다. 최근 10년간 대규모 점포를 개설해 3년 이상 연속으로 운영한 실적이 있는 단독법인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조건에 맞는 유통업체는 수행경험·경영상태 등 정량평가(30%)와 공공성·사회적 가치 등 정성평가(70%)를 거쳐 경쟁입찰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유통업계 이목이 쏠린 영등포역사의 경우 롯데나 신세계, AK가 사전자격심사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최고가를 써내기 위한 눈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