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작년 불황 타고 급성장해외 SPA 3사 매출합 약 1조9000억원 SPA시장 절반 차지… 韓 패션시장 장악
-
해외 SPA(제조·유통일괄화 의류)브랜드의 성장세가 무섭다. 유니클로·H&M·자라(ZARA) 등 '빅3'의 국내매출 합계가 지난해 2조원을 육박했다. 토종 업체들은 몇 년간 성장 정체에 처해 있는 반면 이들은 매년 성장하며 국내 패션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자라를 운영하는 자라리테일코리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1월 결산법인) 3677억원, 1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43.4% 증가했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14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9.1% 성장했다.
2008년 국내에 들어온 자라는 한때 2000억원대 규모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지만 2016년 처음으로 3000억원대를 넘었다. 의류 뿐만 아니라 홈퍼니싱 브랜드 자라홈까지 론칭하며 매장을 확대한 전략이 주효했다.
앞서 실적을 공개한 유니클로를 운영 중인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매출(회계기준 8월)은 1조37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344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늘었다.
국내에서 단일 패션 브랜드가 4년 연속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건 유니클로가 처음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의류브랜드를 통틀어 점유율 1위다.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자매 브랜드 지유(GU)를 지난해 하반기에 국내에 선보이기도 했다.
H&M을 전개 중인 에이치앤엠헤네스앤모리츠의 지난해 매출(회계기준 1월)은 24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96억원으로 전년 보다 11%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은 43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304% 성장했다.
이들 '빅3'의 국내매출을 합치면 1조9898억원으로 2000년대 국내에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매출 2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국내 전체 SPA 시장(3조7000억원·2017년 기준)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반면 국내 토종 패션 브랜드는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42조4300억원(한국섬유산업연합회)으로 2017년(42조4704억원)과 비교해 역신장했다. 불황이 계속되면서 아웃도어 등 사업 축소, 구조조정까지 이어지고 있다.
패션업계는 계속되는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과 트렌드 변화가 글로벌 SPA 실적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분석이다. SPA 브랜드는 기획·디자인·생산·제조·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 회사가 맡으면서 가격거품을 없애고 트렌드까지 장착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브랜드간 세분화되고 경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범용 브랜드보다는 특정 계층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를 강화하고있다.
특히 경기 성장세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이 값비싼 제품을 찾기보다는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를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라나 유니클로 등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따지는 경향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해외 SPA 브랜드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불황이 길어지면서 가치 소비를 하려는 젊은층이 늘어난 것이 해외 SPA 브랜드의 인기 비결 중 하나"라면서도 "소비자들의 선택폭은 넓어지겠지만 가뜩이나 해외 SPA에 내수시장을 내주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업체들은 설자리를 잃어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