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 분할 한국조선해양 "기술 중심 회사로 운영할 계획"울산시·현대중공업 본사 이전 입장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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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의 물적분할에 따라 신설되는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오는 6월 출범한다.
서울 본사 이전으로 인한 진통은 여전하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향후 한국조선해양이 그룹 연구 역량을 총집결한 연구·개발(R&D) 센터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31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한국조선해양(분할존속회사)과 현대중공업(분할신설회사)으로 분할된다. 분할 기일은 6월 1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물적 분할을 완료하면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두고 현대중공업, 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 등 4개 계열사를 거느리게 된다.
현대중공업 측도 분할을 한달 앞두고 준비에 한창이다. 회사 분할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개인정보를 분할신설회사에 이전한다는 안내를 홈페이지에 공지하는 등 사전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위치는 서울 종로구 계동 사옥이다. 여기에 소속되는 인력은 현대중공업 전체 인력 1만5000여명 중 500여명 수준으로, 이중 100여명 정도만 울산에서 근무지를 옮기게 된다.
새롭게 탄생할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R&D 분야의 중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의 임시주총 관련 참고서류에 따르면 "분할존속회사는 분할신설회사를 포함한 조선 자회사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향후 R&D 및 엔지니어링 기능을 통합해 기술 중심 회사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명시됐다.
임시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분할존속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관리 및 신규사업 투자 부문에, 분한실설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사업부문에 집중함으로써 경영효율성과 투명성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R&D 역량 강화를 위해 글로벌 R&D 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R&D 센터는 성남시 판교 일대 2만3866㎡ 부지에 지하 5층~지상 19층 규모로 건설되며, 2021년 하반기 준공 예정이다.
업계에선 한국조선해양이 글로벌 R&D 센터 준공 전까지 그룹 R&D 인력을 양성하고 지원하면서 통합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지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에는 그룹 R&D 역량을 한 데 모으기 위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란 해석이다.
한국조선해양을 누가 이끌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조영철 부사장과 주원호 전무가 현대중공업 사내이사에 새롭게 합류한 것을 두고 한국조선해양 경영진으로 세우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한국조선해양도 출범 전이라 확정된건 하나도 없다"면서 "현대중공업 사내이사가 2명 더 늘어나는 것으로, 지금 상황에서는 사내이사 중 누가 한국조선해양을 맡을 지, 몇 명이 갈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의 향후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본사 이전을 놓고 울산시와의 대립은 여전한 모습이다. 울산시 등 지자체는 한국조선해양이 서울로 이전하는 것은 지역경제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 7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울산에서 창업했고 지역과 함께 해온 현대중공업의 사회적 책임을 필요한 때"라며 "현대중공업의 경영, 설계, 연구 인력의 역외 유출은 앞선 분사 결정과 인력 구조조정으로 발생했던 지역경제 붕괴의 악몽을 재연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대중공업 측은 바로 입장 자료를 내고 울산시의 주장을 반박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분할 후에도 현대중공업은 변함없이 울산에 본사를 두며 공장 등 사업장 이전 없이 기존 사업을 그대로 수행한다"면서 "한국조선해양의 본사 위치를 두고 현대중공업의 본사 이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조선해양은 중간지주회사이자 그룹 조선사업의 투자와 엔지니어링 등을 담당하는 회사"라며 "서울에 본사를 두는 것이 R&D 인력 유치뿐 아니라 조선 계열사들의 전문성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데 효율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