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전쟁' 2막… 액상형 출시로 논란 불 붙어

‘당신 자녀가 들고 있는 USB메모리(휴대용저장장치)가 담배일 수 있습니다.’

이르면 이달 말 전국 학교와 이르면 이달 말 전국 학교와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에 이런 내용의 안내문이 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청소년의 흡연율을 급상승시킨 주범인 미국 전자담배 ‘쥴(JUUL)’이 지난 24일 국내 출시됨에 따라 청소년 흡연 유도와 유해성·과세 논란 등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판매량이나 유해성 등을 살펴본 뒤 과세 체계 수정을 검토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 시장 휩쓴 ‘쥴’ 국내 시판… KT&G ‘릴 베이퍼’ 맞불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쥴’이 지난 24일부터 정식으로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쥴은 니코틴 카트리지 ‘포드’를 갈아 끼우는 방식의 폐쇄형(CSV) 전자담배로, 2015년 미국에서 출시된 뒤 3년 만에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70%를 넘어섰다. 쥴 기기(3만9000원)는 서울 지역 세븐일레븐과 지에스(GS)25 점포에서 판매 중이다.

KT&G도 추격을 시작한다. 27일 편의점 씨유(CU) 등을 통해 서울·대구·부산 지역에서 ‘릴 베이퍼’(4만원)와 카트리지 ‘시드’(4500원, 니코틴 함량 0.98%)를 판매한다.

업계에서는 잇단 액상제품 출시가 전자담배 경쟁의 ‘2막’을 열지 주목한다. 쥴과 릴 베이퍼에 이어 다음 달 일본 죠즈사가 국내에 액상형 전자담배 ‘죠즈2’'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한국 전자담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키워온 ‘궐련형’ 전자담배 외에도 과거 반짝인기를 끌었다가 사그라들었던 ‘액상형’ 제품까지 부활의 기지개를 켜려는 모습이다. 실제로 담배업계는 전체담배 시장에서 전자담배 점유율이 2017년 2.2%에서 올해 상반기 11.8%까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흡연자가 일반 담배에서 전자담배로의 전환을 하는 시점에서 시장 1위를 선점하기 위해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커질수록 다양한 제품이 나와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내다봤다.

‘쥴’이 화제를 모으는 만큼 유해성 논란과 청소년 흡연 유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쥴이 중독성 물질인 니코틴과 식품첨가물인 글리세린, 프로필렌글리콜, 향료 등으로 구성되지만, 정확히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쥴 랩스 측은 지난 22일 한국 신제품 출시 간담회에서 유해성 감소 등에 대한 정확한 답변은 내놓지 못했다. 몇 가지 연구사례를 추후 온라인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액상형 전자담배에 들어있는 향료 성분으로 폐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유해성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쥴 성분 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아직 해외에서도 전자담배의 유해성과 관련해 신뢰할 만한 분석자료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식약처는 올해 초 각종 담배 제품의 유해성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담배 성분 분석법과 독성, 의존성 평가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20개 성분을 측정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보건복지부는 쥴의 출시로 호기심이 강한 청소년들이 쉽게 흡연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편의점 등 담배소매점에서 청소년에 대한 담배·전자담배 판매를 집중 점검·단속할 예정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고교생 전자담배 흡연율은 2017년 11.7%에서 지난해 20.8%로 급상승했다. 미국 보건당국은 전자담배인 쥴이 청소년의 흡연율을 높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쥴’에 부과되는 담뱃세가 일반 담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과세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쥴 포드의 개당 소비자가격은 궐련이나 궐련형 전자담배 1갑과 같은 4500원 수준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격을 적용하면 부가세는 409원으로, 쥴 포드 1개에 부과되는 총 세금(담뱃세)은 1769원이 된다. 4500원으로 가정한 소비자가격의 39.3% 수준이다. 

또 같은 소비자가격인 일반 담배의 절반(53.2%) 수준이다. 일반 담배 1갑에 부과되는 세금은 3323원이다. 쥴의 담뱃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부과 세금이 일반담배의 62% 수준(1갑-니코틴 1㎖ 기준)인 액상형 전자담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쥴’도 이 세금을 내야 하지만 일부 중소업체들이 수입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 관련 세금·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현재 담배사업법의 맹점을 노린 것이다.

앞서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가 2017년 처음 등장했을 때도 담뱃세가 일반담배에 비해 현저히 낮아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이후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은 일반담배의 90% 수준으로 늘었다. 4500원짜리 아이코스 1갑에는 현재 3004원의 세금이 붙는다. 

쥴 랩스 측은 “담뱃세 수준에 대한 특별한 입장은 현재로는 없으며 정부 시책이나 규제, 과세기준에 따를 예정”이라며 “향후 정부나 국회에서 관련 내용이 논의된다면 그에 맞춰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 사례를 고려, 쥴이 실제 출시된 뒤 시장의 반응을 면밀히 살피며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출시 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과세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면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다른 관련 부처와 세금 구조 개편에 대해 검토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