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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과 함께 국내 철강산업을 이끌었던 동부제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동부제철은 KG그룹 품에 안기며, KG스틸이란 사명과 함께 새출발을 알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제철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이날 KG스틸,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동부제철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다. 이에 따라 국내 5위 철강사인 동부제철은 KG스틸로 새롭게 태어난다.
2014년부터 5년간 동부제철 정상화에 앞장섰던 김창수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난다. 김 사장 후임으로는 이세철 전 넥스틸 부사장이 내정됐다. 이 전 부사장은 주주총회를 거쳐 KG스틸 대표이사로 취임할 예정이다.
이세철 내정자는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전신인 대우인터내셔널에서 말레이시아 법인장을 역임했다. 2012년 8월부턴 강관기업 넥스틸 부사장에 취임하며 현장 경험을 키웠다. 넥스틸에서는 상사 업력을 십분 발휘, 미국과의 무역마찰 해결에 일조했다.
이 전 부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내정이며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주주총회를 거쳐 신임 대표이사로 확정된 이후에 사업 전반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동부제철이 KG스틸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경영 전반에서도 다양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동부인천스틸의 설비 이전 및 부지매각이 최우선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사업군은 컬러강판과 석도강판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중이 크지 않았던 강관사업에선 손을 뗀다.
동부제철은 지난 4월 TF팀을 구성해, 경영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여기엔 인천공장 설비의 당진 이전, 인천공장 부지 및 노후화 설비 매각과 함께 용융알루미늄 도금강판(ALCOT) 생산 지속 여부, 아연도금라인 설비 매각 등이 담겼다.
동부제철의 전신은 1982년 10월에 세워진 동진제강(주)이다. 동진제강의 원래 이름은 일신제강으로 1954년에 세워졌다. 1982년 부도가 나면서 포항제철이 일신제강의 위탁 경영을 맡았고, 이때부터 동진제강이라는 사명을 사용해 왔다.
1985년 정부가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동부그룹(DB그룹)이 동진제강을 인수했다. 동부그룹은 같은 해 사명을 동부제강(주)으로 변경했다. 2008년 사명을 동부제강에서 동부제철로 또 한번 바꾼 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동부제철은 2014년 자율협약을 거쳐 2015년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며 인천공장 패키지딜, 당진 전기로 분리 매각 등 다양한 방식의 매각이 진행됐다. 하지만 번번히 무산됐고, KG그룹이 인수에 나서면서 천신만고 끝에 매각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2조5451억원인 동부제철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에 이은 국내 5위 철강사다. 연간 300만톤의 열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전기로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180만톤의 냉연강판 생산설비를 갖춘 당진공장, 컬러강판과 형강 등을 생산하는 인천공장 등이 있다.
한편 동부제철은 지난 12일 KG스틸과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를 대상으로 한 제3자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 4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KG스틸·캑터스PE 컨소시엄이 3600억원에 동부제철의 신주를 인수하는 내용의 투자유치 계약 체결 안건이 가결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