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상 대표 "글로벌 임상 3상 절차 엄격… 데이터 미리 알려는 순간 무효"신라젠 전무, 지난달 4회 걸쳐 88억원 어치 주식 대량 매도해 의혹 증폭
  • ▲ 신라젠은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무용성 평가 결과를 보충 설명하기 위한 긴급간담회를 개최했다. ⓒ박성원 기자
    ▲ 신라젠은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무용성 평가 결과를 보충 설명하기 위한 긴급간담회를 개최했다. ⓒ박성원 기자

    신라젠 문은상 대표는 물론이고 신라젠 임직원들이 펙사벡 임상 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주식을 대량 매도해 이번 무용성평가 결과를 예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재점화되고 있다.

    문은상 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긴급간담회에서 "글로벌 임상 3상 과정에 회사가 전혀 개입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신라젠은 지난 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ee, 이하 DMC)가 항암 바이러스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 3상 시험(PHOCUS) 중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신라젠은 지난 2015년부터 미국, 유럽 등 21개국에서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벡사벡의 임상 3상을 진행했다. 해당 임상은 기존 간암 치료제 '넥사바'를 병용 투여한 300명과 넥사바만을 단독 투여한 300명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무용성 평가에서 펙사벡의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아 사실상 펙사벡이 간암 치료제로서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말이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8월 발표될 예정이었던 무용성 평가 결과 공개시점이 미뤄지고 지난 3월 펙사벡 임상 난항 루머가 불거지면서 무용성 평가 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신라젠의 한 임원이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신현필 신라젠 전무는 지난달 1일부터 8일까지 4회에 걸쳐 보유 중이던 보통주 16만 7777주를 전량 장내 매도해 약 88억원을 취득했다.

    문은상 대표도 지난 2017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총 156만 2844주를 1주당 평균 8만 4815원에 매각했다. 총 1325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운 셈이다.

    이에 문은상 대표를 비롯한 신라젠 임원진이 펙사벡 임상 3상 실패를 예견하고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재점화됐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문은상 대표는 "글로벌 임상 3상 과정에 회사가 전혀 개입할 수 없다"며 "데이터를 알려고 시도하는 게 발각되는 순간 임상이 무효가 된다"고 일축했다. 글로벌 임상 3상 절차가 그 만큼 엄격하다는 의미다.

    이어 "회사 내에 먹튀하고 발 빼는 사람들도 많았다"며 "(그런 사람들 중에) 회사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신라젠 임직원들은 스톡옵션(주식 매수 선택권)을 행사해 많은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안은수 부장과 배진섭 전 부장은 스톡옵션을 행사해 40억~50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이 아닌 경우에는 공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일반 직원들의 주식 매도로 인한 수익은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라젠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평균 2년에 불과할 정도로 짧았다는 점도 문제다.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신라젠의 직원 70명 중 남성 직원들은 평균 근속연수는 1년 6개월이고, 여성 직원은 2년 9개월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평균 근속연수가 짧은 것을 보면, 대부분의 직원들이 회사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감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