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가격 인상 논하긴 어렵지만 사태 장기화 대책 세워야비용 부담은 물론 소비 부진 우려 커져향후 공급 부족으로 가격 인상되면 소비자 가격 인상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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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이 없는 치사율 100%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발생하면서 식품·외식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가격 인상 등 타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오전 6시30분 경기 파주시 한 돼지 농장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로 확진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발병 확정 직후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오는 19일 오전 6시30분까지 전국 6309곳 돼지 농장과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 등에 대해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도 발령했다.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으로,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제외한 돼지과(Suidae) 동물에만 감염된다. 감염된 돼지나 돼지의 고기 등 사체와의 접촉, 오염된 남은 음식물을 돼지가 먹는 경우 전염되며,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 

    이에 대한한돈협회 측은 한돈농가들이 더 이상의 ASF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차단방역 및 소독 철저하는 한편 종사자 간의 직접적 교류와 각종 회합 · 모임 개최를 자제하는 등 확산방지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ASF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한 이후 베트남(올 2월), 라오스(6월) 등으로 확산하며 아시아 전체로 번지는 중이다. 이에 정부와 국내 양돈업계는 ASF 유입 차단에 총력을 다해왔다.

    지난해 한 민간연구소는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입될 경우 약 1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며, 최소 100만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고, 상황이 마무리되기까지 적어도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농식품부는 앞서 지난달 남은 음식물에서 ASF 발생 가능성이 큰 점을 감안해 양돈 농가가 직접 남은 음식물을 가공해 급여하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환경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양돈농장을 합동 점검하기도 했다.

    도드람양돈농협은 앞서 ASF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도드람은 해외에서 ASF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방제 대책에 관해 심도 깊게 논의하기 위해 ASF 백신 개발 및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스페인 전문가 호세 마뉴엘 박사를 초청해 정보를 공유했다.

    하지만 ASF 국내 발생이 확인되면서 ASF의 확산을 막지 못할 경우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돼지고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뛸 수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ASF가 발병된 이상 초기에 확산 방지에 실패할 경우 돼지고기의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수입육의 가격은 ASF 발병 이전보다 크게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9월 평균 생돈 시세는 파운드당 64.22센트로 전년동월대비 11.1% 올랐다. 중국은 지난해 발병한 ASF로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 4월 54.5%나 폭등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47% 치솟았다.

    국내 육가공업체들은 주변 국가에서의 ASF 확산에 따라 원료로 이용되는 돼지고기 재고를 미리 비축해 오는 등 국내 ASF 발생에 대비해 왔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만 한다.

    CJ제일제당, 풀무원식품, 롯데푸드, 동원 F&B 등 국내 식품업체 대부분이 국산 돼지고기와 수입산을 섞어서 햄·만두 등 가공식품을 만든다. 

    각 업체별로 대비 태세를 갖춰놔 당장은 괜찮을지라도 냉장으로 유통되는 국산 돼지고기의 경우 오랜 시간 비축이 불가능해 사태가 장기화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불안감 조장에 따른 소비 부진도 우려된다.

    이에 따른 소비자가격 인상 역시 우려된다. 앞서 2010년 구제역 발생시 햄, 만두, 냉동식품 등 소비자가격이 10% 가량 올랐다.

    업계에서는 당장 가격 인상을 논하기는 어렵지만 사태 장기화에 따른 방안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인상은 막을 수 없고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면 이 역시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가격 인상에 대한 가능성을 이야기 하긴 어렵고,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사태 장기화에 따른 비용 부담도 문제이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져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