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지급 '판매수수료' 없어져…법제화시 사실상 '개점 휴업'"3~4만명 길거리에 내앉는다"…'유통점 타격 해법' 대책 절실
  • ▲ 지난 2일 열린 과기정통부 국정감사 현장ⓒ전상현 기자
    ▲ 지난 2일 열린 과기정통부 국정감사 현장ⓒ전상현 기자

    최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단말기 자급제 이슈가 재부상한 가운데, 유통점들의 반발이 심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급제가 활성화되면 중간 유통망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유통점 타격 해법'에 업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열린 과기정통부 국감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위원들은 자급제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질타했다.

    자급제는 대형마트나 가전매장,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공기계 구입 후 원하는 통신사에서 개통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약정기간 없이 통화 패턴에 맞는 통신사와 요금을 선택할 수 있어, 월 요금을 줄일 수 있다. 다만 통신사 보조금을 받을 수 없고 구입할 수 있는 휴대폰 종류가 한정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특히 이날 김성수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국감 당시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며 "그때 분명 민원기 2차관이 '법제화까진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자급제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단말기 가격인하 효과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보조금이 판을 치니 누가 자급제 폰을 사겠냐"며 "5G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완전히 옛날 불법 보조금이 판을 치던 시장으로 돌아갔다"고 강조했다. 
     
    과방위원장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완전 자급제의 경우 이슈가 계속 반복되고 있고 개선된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며 "원래 취지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서 보고해달라"고 거들었다.

    민원기 2차관은 "5G 스마트폰으로 시장이 재편된 것은 사실이지만, 2018년 12월 자급제폰 비중이 6%대 였다면 지금은 1.1% 포인트 정도 늘었다"며 "5G 상용화라는 특수상황이랑 겹치다보니 미미한 숫자지만, 온라인 시장 판매 및 유통시장 다양화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고 답했다.

    이에 통신업계에서는 자급제 이슈가 재부상하며 유통점들이 또다시 격렬하게 들고 일어설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통사들의 마케팅비 대부분은 대리점·유통점에 지급하는 장려금(리베이트)에 쓰인다. 중간 유통점이 없어지면 이통사들은 마케팅비가 줄어 호재로 작용할 수 있겠으나, 유통점들은 판매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만큼 자급제는 곧 수익감소로 이어진다.

    실제 지난해 10월초께, 전국 500여개 휴대폰 판매점들은 이틀간 통신업계 점유율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신규 개통 및 번호이동 등 관련 업무를 중단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현행 유통망 종사자들이 피해를 입어 쉽사리 해당 정책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문제제기로 법제화에 버금가는 정책을 내놓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통업계는 지난해 국감에서 이통사가 대리점 고용 인원을 중장기적으로 정규직화 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았지만, 기존 유통점들을 모두 챙기기에는 버거운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약 6만 6000여곳의 영업점이 있고, 직원 규모를 정확히 추산하기는 어려우나 6만~8만명 수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미국 대비 13배, 일본 대비 11배 높은 수준으로, 자급제 활성화로 절반 이상의 인원이 길거리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자급제 취지를 살리면서 기존 유통망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는 대안 마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 태생과 성장에 있어 단말기 유통 활성화에 일조한 것이 영세 유통업체들이다. 이들이 줄도산할 경우 시장은 더욱 과점체제로 변할 수 밖에 없다"며 "예컨대 대기업 계열의 경우 휴대폰 유통을 제한하거나 아예 기존 유통망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 등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