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스 조익서 대표, 회의일정으로 불참'공동수급 구조' 재차 도마에한정애 의원 "협력사 사망사고, 불리한 계약조건 때문" 지적
  • ▲ 국감장에 출석한 서득현 티센크루프 신임 대표 ⓒ 박성원 기자
    ▲ 국감장에 출석한 서득현 티센크루프 신임 대표 ⓒ 박성원 기자

    근로자 사망 이슈가 엘리베이터 업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21일 열린 고용노동부 종합국감엔 현대엘리베이터, 티센크루프, 오티스, 미쓰비시 등 대형 승강기 업체 대표가 증인 출석 요청을 받았다.

    각 사의 국감 출석 요청은 앞서 티센크루프에서 발생한 4건의 사망사고에서 비롯됐다. 지난 11일 지방노동청 국감에 박양춘 전 티센 대표가 출석해 이에 대해 소명했지만, 감사 다음 날 경기도 평택시 현장에선 사망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 사고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업계 전체로 신문(訊問) 범위를 넓혔다. 각사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에 따르면 18년부터 현재까지 승강기 설치·유지보수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12명에 달한다.

    티센에선 서득현 신임 대표가, 현대에선 송승봉 대표를 대신해 전용원 설치본부장(상무)이 출석했다. 서 대표는 지난 12일 박양춘 전 대표의 사임 후 선임됐으며, 송 대표는 중국 출장으로 불참했다.

    오티스, 미쓰비시 엘리베이터 대표는 불출석했다. 조익서 오티스 대표는 해외 지사와 진행하는 전화 회의 일정으로 불참했다. 요시요카 준이치로 미쓰비시 대표는 건강악화를 사유로 제출했다.

    이날 질의는 티센크루프 위주로 이뤄졌다. 한정애 의원은 승강기 업계의 ‘공동수급’ 구조를 재차 문제로 지적했다. 대형 승강기 제조업체는 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협력업체와 공동 수급체를 구성해 계약을 따낸다. 제품 생산은 대형 업체가, 설치와 유지보수는 중소 협력사가 맡는 구조다.

  • ▲ 질의하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 박성원 기자
    ▲ 질의하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 박성원 기자

    한정애 의원은 “제작사와 협력사 공동발주 시 대체적인 수익 배분은 대형업체 85%, 중소협력사 15%로 이뤄진다”면서 “협력업체 입장에선 대기업이 짜놓은 계약 조건 이상으로는 무엇을 더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지난 12일 평택시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를 들어 설명했다. 사고 현장 관련 계약서상 티센이 협력사 L에 지급한 비계(엘리베이터 설치 안전장치) 작업 수수료는 하루 40만원 수준이었다. 당일 현장에 출동한 기사는 3명이었다. 

    한 의원은 “5층 건물 승강기 한 대의 비계를 설치하는데 지급한 수수료가 40만원이다. 출동한 기사가 3명인데 인건비나 제대로 나오는지 모르겠다”면서 “수익 구조 자체가 열악하니 현장 안전 상황은 어쩔 수 없이 뒷전이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협력사에 불리한 계약조건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 의원이 제시한 계약서에 따르면 티센이 협력사에 지급하는 공사 대금은 월 단위로 치러진다. 공사 종료일부터 60일간의 지급 유예기간도 주어진다. 협력사의 경우는 다르다. 계약상 완료일자를 넘기면 일 단위로 30%의 지연수수료를 본사에 납부해야한다.

    한 의원은 “갑인 티센은 공사대금을 2개월의 유예 기간을 갖고 지급하고, 을인 협력사의 경우 하루만 늦어도 지체 보상금을 납부해야한다”면서 “기일 미준수 본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조항도 있다. 계약 종료 후 본사인 티센이 협력업체에 10년간 정보조회 자격을 갖는다는 조건도 마찬가지”라고 재차 지적했다.

    이에 서득현 대표는 “모든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지적 내용을 충분히 살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평택시 사망사고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 ▲ 국감장에 출석한 전용원 현대엘리베이터 설치본부장 ⓒ 박성원 기자
    ▲ 국감장에 출석한 전용원 현대엘리베이터 설치본부장 ⓒ 박성원 기자

    국감 이후에도 현장 사고와 관련한 정치권의 추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각사 대표를 증인으로 공동 채택한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중대한 업계 이슈를 두고도 각사 대표가 불참하고, 국감장에서도 책임 있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감 후 진행할 현안 질의에선 4곳 대기업 대표를 모두 모아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학용 환노위원장은 “각 사 대표가 국감만 지나가면 관련 이슈가 끝나는 것으로 인지한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면서 “감사 종료 후 현안 질의를 통해 각 사 대표를 증인으로 재차 채택하겠다. 불출석 증인에 대한 대응 방안도 위원회 간사단과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