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등에 ‘폭언’ 녹취록으로 이사회서 거취 논의연말까지 협회 임직원 근무시간 체계화 등 대책안 마련“‘직장 내 괴롭힘’법 저촉 시 처벌 달게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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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기사와 임직원에 대해 폭언과 ‘갑질’을 했다는 녹취록이 발표돼 물의를 빚은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결국 자리를 지키게 됐다.

    금융투자협회는 30일 오전 비공개로 긴급 이사회를 열고 권 회장의 거취를 논의했다.

    권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금투센터에서 출입기자들에게 입장을 발표하며 “부적절한 언행으로 상처를 받은 직원들과 기자들에게 송구하다”며 “지난 열흘간 실수를 반성하며 이사회 및 회원사 관계자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들었으며 이사회에서도 거취에 대한 가감없는 토론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금융투자업계가 가야 하는 방향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하라는 경고와 함께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당부가 있었다”며 “숙고 끝에 저는 남은 임기까지 협회장으로서의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입장 발표 중 권 회장은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거리기도 했다.

    권 회장은 향후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1차적 대책안을 오는 12월까지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우선 협회 내에서 갑질, 지적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겠다”며 “운전기사 및 임직원의 근무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전반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저는 비판하시되 금융투자산업과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계속 가져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권 회장은 오는 2021년 3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회장직을 계속 수행하게 됐다.  

    앞서 권 회장은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새벽까지 술을 마실 것이라고 하며 초과근무를 암시한 후 운전기사가 자녀의 생일이라서 근무가 어렵다고 답하자 “그러니까 당신이 인정을 못 받잖아”라고 발언했으며, 임직원에게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 및 홍보실 직원에게 “기자애들 쥐어 패버려”라고 말하는 등 폭언을 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한 언론에 의해 공개됐다.

    논란이 일자 사무금융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권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노조는 “지난 7월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불과 3개월만”이라며 “권 회장을 일벌백계하지 않으면 법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권 회장은 공식 사과문에서 자신의 행동을 시인하고 향후 거취에 대해 “관계되는 각계 각층에 계신 많은 분들의 의견과 뜻을 따를 것”이라며 사퇴 가능성을 열어놓은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논란이 일어났을 당시 권 회장은 회원사 사장단에게 거취를 물었으나, 사퇴를 만류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1961년생인 권 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 21회 기술고시에 합격해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근무한 관료 출신이다. 이후 2000년 다우기술 부사장으로 합류,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의 인연으로 2009년부터 지난 2017년까지 9년간 키움증권의 사장직을 역임했다.

    지난해 2월 금융투자협회 회원사 사장단 투표로 선출,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당국, 정치권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업계 현안을 공론화하고 해결해 왔다는 평을 받아 왔다.

    취임 후 2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권 회장은 업계 숙원인 증권거래세 인하를 성사시켰으며 펀드 관련 세제개편 등 각종 규제완화를 공론화, 법제화시키는 성과를 냈다.

    올 초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협회를 방문해 사장단과 현안을 논의하는 등 당국과의 ‘진일보’한 협력체계를 구축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