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 조문 안받고 조화도 돌려보내…아들 故구본무 회장처럼 화장장허창수 "故 구자경 회장, 산업화 기틀 만든 선도적 기업가"이총리, LG 구자경 추모…"소박한 풍모, 사랑받는 기업 키워"
  • ▲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빈소.ⓒLG그룹
    ▲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빈소.ⓒLG그룹
    LG 2대 경영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빈소는 생전에 허례허식을 경계했던 그의 신념대로 간소하게 마련됐다. 

    상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손자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14일 오후 5시께부터 서울의 한 대형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받았다.

    앞서 LG그룹은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치르기로 했다"며 별도의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하고, 빈소와 발인 등 구체적인 장례 일정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지고 발인은 17일 오전이다. 

    이에따라 고인의 아들 구본능 회장, 구본식 LT그룹 회장과 동생 구자학 아워홈 회장, 손자 구광모 회장 등 소수 직계 가족들만 조용히 빈소를 지켰다. 상주는 작고한 장남 구본무 회장 대신 차남인 구본능 회장이 맡았다. 

    15일 LG그룹에 따르면 이날 오전에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삼구 前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쌍수 前 LG전자 부회장, 노기호 前 LG화학 사장 등 故 구자경 명예회장과 함께 근무했던 前 LG 경영진 등이 빈소를 찾았다.

    오후에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이웅렬 前 코오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홍구 前 국무총리,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장례식장 앞에는 가림막이 설치됐고 '차분하게 고인을 애도하려는 유족의 뜻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는 내용이 적힌 천막을 덮었다.

    가림막 너머로는 '부의금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문구가 방명록과 함께 놓였다. 빈소가 차려진 병원 측에서도 이날 고인의 장례식장을 별도로 안내하지 않았다.

    첫날부터 외부인들의 조문과 조화도 공식적으로 받지 않았지만 범LG가인 구자원 LIG 회장 등이 보낸 조화는 받았다. 

    어제 조문이 시작된 후에는 일부 LG그룹 원로가 빈소를 찾았고 늦은 저녁 구자열 LG그룹 회장, 구자은 LS엠트론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등이 조문했다.
  • ▲ 14일 서울 한 병원에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진은 빈소 밖 가림막.ⓒ연합뉴스
    ▲ 14일 서울 한 병원에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됐다. 사진은 빈소 밖 가림막.ⓒ연합뉴스
    각계각층에서 생전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추모하는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故) LG 구자경 명예회장에 대해 "1980년대 정부서울청사 뒤편 허름한 '진주집'에서 일행도, 수행원도 없이 혼자서 비빔밥을 드시던 소박한 모습을 몇 차례나 뵀다"고 회고했다.

    이낙연 총리는 ""회장님의 그런 풍모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을 키웠다고 생각한다"며 "감사합니다"라고 밝히며 고인을 추모하는 글을 남겼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구 명예회장 별세 직후 논평을 통해 고인을 애도한 데 이어 허창수 회장은 15일 회장 명의의 추도사를 통해 전날 별세한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에 대해 "이 땅에 산업화의 기틀을 만들었던 선도적인 기업가였다"며 추모했다.

    최근 GS그룹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경영에서 물러난 허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할아버지(구인회-허만정)와 아버지(구자경-허준구) 세대에 이어 구씨가(家)와 3대째 동업자 관계를 맺은 인연이 있다.

    허창수 회장은 이달 3일 막냇동생인 5남 허태수 회장에게 GS그룹 회장 자리를 넘겨줬다. 허태수 회장은 전날 저녁 외부인 조문을 사양하고 있는 구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허창수 회장은 추도사에서 먼저 "갑자기 들려온 비통한 소식에 황망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며 "이제 회장님의 따뜻한 미소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하늘이 원망스럽게 느껴진다"고 슬퍼했다.

    그는 구 명예회장이 한국에 제조 산업이 태동할 무렵부터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전자, 화학 산업의 주춧돌을 놨다며 "연구개발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 혁신적인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그는 "관행을 뒤집고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기술 혁신을 해보자던 회장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후 민간 최초로 중앙연구소 설립을 이끌며 기술 강국의 미래를 위한 걸음을 시작했고 고인의 뜻 위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나라 중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허 회장은 고인이 전경련 회장으로 경제계를 이끌고 한일 재계 회의 등 민간경제 외교 활동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또 고인이 형편이 어려워 학업이 어려운 이들에게 배려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고, 문화재단, 아트센터 등을 설립해 대한민국의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 공로도 있다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한국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각국이 국익을 우선시하며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지금, 미래에도 기술과 인재가 최우선이라고 말하던 고인의 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며 "어느 때보다도 고인의 지혜와 경륜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더는 뵐 수 없는 현실이 야속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고인의 발자국은 한국 경제발전의 한가운데 뚜렷이 남아있다"며 "모든 짐을 다 내려놓고 편안히 잠드시기 바란다"고 애도했다.

    구 회장은 14일 오전 10시께 숙환으로 별세했다. 지난해 5월 장남인 구본무 회장을 떠나보낸 지 1년 7개월 만으로 구본무 회장은 화장후 곤지암 인근에서 수목장으로 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