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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내 소송으로 구겨졌던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의 주름이 내년에는 펴질지 기대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에는 보툴리눔 톡신 업체 대웅제약, 메디톡스, 휴젤이 일제히 글로벌 빅마켓에 진출한다.
대웅제약은 지난 10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누시바(나보타의 유럽제품명)'의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고, 내년 초 유럽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품(FDA)의 시판 허가를 받아 5월 '주보(나보타의 미국제품명)'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시한 데 이어 유럽 시장에도 진출하게 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메디톡스와 휴젤은 내년에 나란히 중국 시판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2월 중국 식품의약품감독총국(CFDA)에 '뉴로녹스(메디톡신의 수출명)'의 중국내 시판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중국 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중국 허가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 회사 측은 내년엔 메디톡신이 중국 시판 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휴젤은 내년 상반기 내에는 '보툴렉스'의 중국 허가를 받고, 내년 3분기에는 보툴렉스의 중국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의 뉴로녹스 중국 시판 허가가 지연되면서 양사 간 중국 내 제품 출시 시점의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휴젤로서는 중국 시장점유울 초반 확대가 상대적으로 용이해지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휴젤은 중국 허가 획득을 필두로 오는 2022년에는 북미 시장에 잇따라 진출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지난 2017년부터 지리하게 이어온 '보톡스 전쟁'이 일단락될 것으로 기대된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7년 10월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보툴리눔 톡신 관련 균주와 제조공정 일체를 도용당했다면서 국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해당 소송의 1심 결과는 내년 1분기에 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더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8일 열린 재판에서 양사가 재판부가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등 지지부진하게 마무리되면서 결국 내년 3월11일에 다음 변론기일을 더 진행하게 됐기 때문이다. 2월에 재판부 인사가 변경될 경우 재판이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양사의 보톡스 전쟁의 결론을 짓는 데에는 국내 소송보다는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 더 무게감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메디톡스는 지난 1월 엘러간과 함께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미국 ITC에 제소한 바 있다. ITC 소송은 내년 2월부터 변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6월에 예비 판정이 내려지고, 10월에는 재판 결과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양사가 국내외에서 소송을 진행하면서 소송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세종, 대웅제약은 광장을 선임해 국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ITC 소송을 위해서 메디톡스는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Cleary Gottlieb Steen & Hamilton)을 선임하고 지난 10월 뉴욕남부지검 연방검사 출신인 준킴 변호사를 법정 대리인으로 들였다. 대웅제약은 미 연방 검사 출신인 김상윤 변호사가 공동 설립한 코브레 앤 김(Kobre & Kim)을 선임했다.
메디톡스는 소송비 부담으로 인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9.3% 감소한 112억 5345만원을 기록하는 등 반토막이 났다. 3분기에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2.8% 급감한 33억원, 순이익도 80.1% 감소한 29억원에 불과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2분기에 소송비로 약 45억원을 쓴 데 이어 3분기에는 약 78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의 소송비용이 2분기 40억원에서 3분기에는 104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로 인해 대웅제약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28억 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2% 급감하고, 순이익은 3억 2500만원으로 92.8% 줄었다.
양사의 보톡스 균주 출처 다툼이 길어지면서 2019년부터는 휴젤이 메디톡스의 시가총액을 앞지르는 진풍경이 종종 펼쳐졌다. 메디톡스와 휴젤의 시총 격차가 줄어들면서 양사의 시총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한 것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8월5일 하루 만에 시가총액 4349억원이 증발하면서 시총이 1조 8463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휴젤은 1조 9324억원이 시총을 기록하면서 메디톡스를 추월했다. 코스닥 시총 순위도 휴젤이 코스닥 6위로 올라서고 메디톡스가 코스닥 8위로 '보톡스 대장주' 자리가 교체됐다.
지난 10월18일에는 휴젤이 시총 1조 9547억원을 기록하며 메디톡스(1조 8277억원)을 앞서기 시작했다. 지난달 11일에는 메디톡신의 중국 허가 진행이 주춤하다는 소식에 메디톡스의 시총이 1조 73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날 휴젤의 시총은 1조 9829억원으로 늘면서 메디톡스를 앞섰다.
인보사 사태, 신라젠 쇼크 등 외부적 악재까지 겹치면서 메디톡스의 시총이 추락하는 동안 휴젤이 비교적 선방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ITC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휴젤이 안정적인 성과를 내면서 비교적 유리한 국면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슬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요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이 소송 리스크에 노출돼 있지만 휴젤은 해당 이슈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내년 중국 허가 모멘텀은 보툴리눔 톡신 수출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내년 2월부터 거액이 드는 미국 소송비가 감소하기 시작해 6월에는 ITC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기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6월에는 보툴리눔 균주 출처 소송의 예비 결과를 기점으로 소송비용 감소, 노이즈 해소가 예상된다"며 "내년에는 기저효과와 악재 해소 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