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첨단소재 합병… 수직계열화 효율성 도모'큐셀 흡수' 한화솔루션, 화학-첨단소재-태양광 세 축 정립에쓰오일, LG화학 등 대규모 투자… '저변 확대 나서'
  • ▲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 SK 울산 CLX. ⓒ성재용 기자

    올해 화학업계 다운사이클이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옛 한화케미칼)이 '합병'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들은 자회사와의 통합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기로 했다. 롯데의 경우 수직계열화를 바탕으로 한 화학 부문 집중을, 한화는 화학-첨단소재-태양광 등 사업다각화를 각각 선택했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019 수출입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한 해 국내 석유화학제품 수출액(425억달러)은 신증설 설비의 정상 가동에 따른 수출물량 확대에도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제품단가 하락, 세계 경기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석유화학수요 감소 등으로 전년대비 14.8% 줄었다. 석유제품 수출액(406억달러)도 전년대비 12.3% 감소했다.

    실제 국제유가는 지난해 배럴당 63.55달러로, 전년 69.66달러에 비해 8.77% 감소한 반면, 석유화학 수출단가는 지난해 톤당 1125달러로, 전년 1345달러보다 16.35% 낮아졌다.

    석유제품도 경쟁국간 정제시설 증설로 인해 수출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단가는 톤당 73달러로, 전년 80.9달러에 비해 9.76% 줄었다.

    이밖에 유가 하락 및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에 따른 석유수요 둔화 영향으로 수출 단가가 하락했으며 국내 정유사의 정기보수 증가 등도 수출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도 석유화학제품, 석유제품 수출 전선에는 먹구름이 낄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분석 결과 올해 석유화학제품 수출 규모는 400억달러로 전망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약 6% 감소한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지난해에 비해 소폭 하락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발 과잉공급 등으로 제품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석유제품 수출 규모도 지난해보다 1.55%가량 줄어든 400억달러로 예측했다. 중국 등 공급 확대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둔화 등이 수출액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이러한 대내외 위기극복을 위해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통합'을 통해 변화를 도모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급악화로 인해 다운사이클에 진입한 화학사들이 자회사 인수합병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며 "사업 부문 및 계열사 합병을 통해 사업영역 다각화와 사업 부문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등 새로운 성장전략을 펼치려는 자세"라고 진단했다.

  •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케미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주력 사업인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 외에 스페셜티 사업으로만 8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LG화학이 지난해 2조6000억원을 투입해 마무리 단계인 여수 NCC설비까지 더하면 올해에만 10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지는 셈이다.

    에쓰오일은 올해부터 2024년까지 울산에 7조원을 투입, SC&D(스팀크래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공정 건설에 들어간다. 에쓰오일이 2013년부터 울산에 4조8000억원가량을 투입해 온 RUC&ODC(잔사유 고도화시설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설비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로, 투자 규모로만 봤을 때 국내에서 추진된 석유화학 프로젝트 중 가장 크다.

    나프타와 부생 가스를 원료로 연간 150만톤 규모의 에틸렌 및 기타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하는 스팀크래커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이곳에서 생산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지분 51%)은 GS에너지(49%)와의 합작사 롯데GS화학을 통해 스페셜티 제품공정을 늘린다. 롯데GS화학은 2023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여수화학단지에 건설되며 총 800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곳에서 전기 및 전자제품, 의료용 기구 및 자동차 헤드램프케이스 등에 사용되는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의 원료인 비스페놀A(BPA)를 연간 20만톤, 합성고무의 원료인 부타디엔(BD)과 인조대리석의 원료인 TBA(Tertiary-Butyl Alcohol)를 생산할 수 있는 C4 유분을 연간 21만톤가량 생산할 계획이다.

    이들은 이번 공장 건설을 통해 연 1조원의 매출과 1000억원대 영업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측은 "적기에 투자하지 않으면 향후 호황기 도래시 따라가기 힘들다"며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투자한다는 방침으로 올해, 내년에도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또 1월1일부로 100% 자회사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합병하면서 자체적인 스페셜티 사업에도 공을 들일 계획이다. 통합 롯데케미칼에서 사업부를 기초소재와 첨단소재로 나누고, 기존 롯데첨단소재에서 다뤘던 스페셜티 사업을 신설 첨단소재사업부에서 이어갈 방침이다.

    롯데첨단소재는 스페셜티 소재 분야에서 전문적인 기술과 다양한 제품의 양산 체제를 갖췄다. 연간 △ABS(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타이렌) 67만톤 △PC(폴리카보네이트) 24만톤 △EPS(기능성 스티로폼) 8만톤 △인조대리석 97만매 △이스톤 32만매의 생산능력을 보유했다.

    기초화학 중심의 롯데케미칼이 스페셜티 중심의 첨단소재를 흡수함으로써 업스트림부터 다운스트림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생산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시장 수요에도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스페셜티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롯데정밀화학까지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는 신년사를 통해 "2030년 글로벌 톱7의 비전 목표 아래 조직을 재구성하고 지역적으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 진출을 위한 조직과 세부 실행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 ▲ (좌로부터) 6일 열린 비전선포식에서 류두형 첨단소재 부문 대표, 김희철 큐셀 부문 대표, 김동관 전략 부문 부사장, 이구영 케미칼 부문 대표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 (좌로부터) 6일 열린 비전선포식에서 류두형 첨단소재 부문 대표, 김희철 큐셀 부문 대표, 김동관 전략 부문 부사장, 이구영 케미칼 부문 대표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LG화학과 한화솔루션도 스페셜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새롭게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각 과거부터 투자해왔던 사업의 결실과 새로운 통합법인 출범 등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2018년부터 여수에 총 2조8000억원을 투입, NCC(납사분해시설) 및 폴리올레핀(PO)설비를 증설하는 작업의 마무리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당초 완공 후 양산 시점은 내년 하반기였으나, 그간 건설에 속도를 내며 올해 완공을 눈앞에 뒀다. 증설된 설비에서는 기존 NCC 80만톤과 첨단소재 원료인 PO 80만톤을 추가로 생산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증설로 PO 생산량을 확대하면 범용제품 라인업을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스페셜티 사업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향후 생산능력을 2022년까지 180만톤으로 추가로 확대해 PO 분야 아시아 1위 및 글로벌 3위 업체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자회사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를 품은 한화케미칼은 통합법인의 사명을 한화솔루션으로 바꾸고 스페셜티 분야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 특히 고부가 제품 개발로 도약을 모색하는 석유·소재 사업과 세계시장에서 선도적 지위에 올라있는 태양광 사업까지 통합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통합을 통해 핵심 사업인 석유화학과 태양광, 첨단소재 부문 사업까지 아우르는 종합 화학사로 거듭나게 됐다.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석유화학 사업에서 태양광, 소재 부문으로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것을 두고 의미가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화솔루션 측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경영관리 효율성을 집중하고 있다"며 "특히 핵심사업인 화학과 주력사업으로 자리 잡을 태양광과 첨단소재를 통합함으로써 기술경쟁력 강화 등 통합 시너지를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석유화학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스페셜티 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을 위한 원료를 뽑아내는 공정을 늘리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며 "고부가 제품으로 불리는 스페셜티 사업을 확장,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고 급변하는 석유화학산업 환경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