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에도 3차 가격 동결 … '연동 원칙' 무력화정유사 손실 보전 불가피 … 재정 부담 눈덩이 우려가격 억제에 소비 증가 역설 … 에너지 수요 관리도 흔들
  • ▲ 주유소 전경ⓒ뉴데일리DB
    ▲ 주유소 전경ⓒ뉴데일리DB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가 석유 최고 가격을 다시 동결하면서 정책 일관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도입한 제도가 단기 물가 안정에 치우치며 '포퓰리즘 정책'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관계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3차 석유 최고 가격을 2차 고시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휘발유와 경유, 등유 가격은 직전과 동일하게 묶였다. 

    석유 최고 가격제는 아시아 기준 가격인 싱가포르 시장(MOPS) 변동률을 반영해 일정 주기로 가격을 조정하는 구조다. 최근 2주간 MOPS 기준 경유 가격이 20% 넘게 상승하는 등 인상 요인이 뚜렷했지만 정부는 민생 부담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정부는 미국과 이란 간 일시적 휴전 등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정책 신뢰 훼손을 더 큰 문제로 보고 있다. 한번 예외를 허용하면 향후에도 동일한 정치적 판단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유 업계와 재정 당국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최고 가격제가 유지되는 동안 국제 유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 그 차이는 고스란히 정유사 손실로 쌓인다. 정부는 이를 사후 보전해야 한다. 이미 관련 예비비로 수조원 규모의 재원을 책정했지만 유가와의 괴리가 확대될수록 재정 투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전면적 가격 억제라는 점에서 정책 효율성 논란을 낳고 있다. 화물차 운전자나 농어민 등 생계형 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대형 SUV나 고가 수입차 이용자까지 동일한 혜택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재정 지출 대비 정책 효과가 분산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수요 관리 측면에서도 부작용이 감지된다. 에너지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서 소비 억제 신호가 약화됐고, 실제로 주유소 판매량이 증가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소비가 늘어나는 결과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석유 최고 가격제가 본질적으로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장 가격을 억누르는 방식은 일시적 충격 완화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재정 부담과 수요 왜곡이라는 비용을 남긴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결정을 두고 민생 안정과 정책 원칙 사이에서 정부가 후자를 사실상 포기한 사례로 평가된다. 단기 물가 압박을 피하는 대신 중장기 재정 부담과 시장 왜곡이라는 비용을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 될 경우 향후 유가 급등기 마다 동일한 정책 딜레마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석유 최고 가격제를 통해 단기적으로 가격 급등 억제, 소비자 무담 완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재정 보전 확대나 물량 축제 문제 등 다른 사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