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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제철 사내이사를 중도사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으론 자동차 사업에 집중하겠다 밝힌 가운데, 일각에선 현대제철 품질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만큼 본인의 역할이 제한적이라 판단했단 해석이 나온다.
정몽구 회장이 쏟아부은 애정과 달리 환경문제 등 비난여론이 강해지며, 철강업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27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최근 현대제철 사내이사직에서 중도 사임했다. 정 부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만료는 내년 3월까지였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내달 2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 서명진 현대제철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는 안건을 포함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물러나면서 후임자를 선임하기 위한 조치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은 자동차 사업을 중심으로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 수석부회장의 사내이사 사임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무엇보다 전문경영인이 현대제철을 맡고 있는 만큼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라 판단했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포스코에서 포항제철소장과 광양제철소장을 지낸 안동일 전 부사장을 지난해 현대제철 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이후 안동일 사장은 대표이사에 오르며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제철 생산과 기술 전반을 안 사장에게 전권 위임한 상황이다.
이는 그룹에서 이번 사임 배경에 대해 자동차 사업에 집중하는 차원이라 한 것과 함께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겠다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업계에선 현대제철 제품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단 점도 사임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자동차강판 등 고부가가치제품 생산 초기엔 품질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어 정 수석부회장의 개입여지가 적어졌단 설명이다.
실제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 외에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자동차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는 글로벌향 차강판 판매목표를 100만톤으로 세웠다. 이는 현대제철 품질 수준이 글로벌 완성차들도 인정할 만큼 올라왔단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선 현대제철에 대한 관심도가 예전같지 않단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현대제철은 정몽구 회장이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모토로 만든 회사다. 당진제철소의 고로 또한 정몽구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돼 지어졌다.
이런 까닭에 정 회장은 현대차 뿐만 아니라 현대제철 발전에도 각고의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에 대한 정몽구 회장의 애정이 남다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현대제철이 대기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받는 등 연일 비난의 대상이 되자, 정 수석부회장의 관심도 또한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의선 부회장이 신기술에 관심이 많다 보니 이와 관련된 회사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제철이 그룹내 후순위로 밀리는 거 같아 업계 한 사람으로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