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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지켜냈다. 주주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과반수 이상의 주주들이 조 회장 손을 들어준 덕분이다. 주주연합과 치열한 지분경쟁을 벌였던 만큼 향후 경영권 안정과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대한항공 경영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27일 제7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당초 오전 9시에 시작 예정이었지만, 주주들의 위임장 확인이 3시간 가량 늦어지면서 낮 12시쯤 개회됐다.
이날 정기주총의 핵심은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다. 아울러 주주연합이 제안한 이사 후보들의 선임 안건 통과여부였다.
의결권 기준으로 조 회장 측 지분은 40.04%로 추정됐고, 주주연합 측은 31.98%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조원태 회장은 찬성 56.67%로 재선임이 확정됐다. 조 회장이 경영권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4가지로 꼽힌다.
우선 한국기업지배구조원, ISS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조 회장 연임에 찬성을 권고하면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법원도 최근에 주주연합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2건을 기각하면서 조 회장 연임에 힘을 보탰다. 주주연합 의결권이 28.78%로 줄어서다.
특히, 지난 26일 한진칼 지분 2.9%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조 회장의 연임 찬성하기로 결정하면서 무게추는 완전히 기울었다.
여기에 한진그룹 노조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도 큰 힘이 됐다.
결국 조 회장은 주주연합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진칼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면서 경영권을 사수했다.
이날 하은용 부사장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회사 측이 추천한 김석동, 박영석, 임춘수, 최윤희, 이동명 후보들도 모두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반면, 주주연합이 추천한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 총 7명의 후보들은 모두 과반수 이상이 반대해 부결됐다.
치열하게 전개됐던 경영권 다툼이 이번 정기주총으로 일단락되면서 조 회장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면 이제부터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우선 경영권 다툼이 완전 해결된게 아니고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정기주총에서 석패한 주주연합이 무효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전열을 재정비한 후 임시주총 개최를 제안해 추가적인 공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기주총에서는 주주명부 폐쇄일인 지난해 12월 26일 기준으로 보유 지분에 대해서 의결권이 주어졌다.
이후에도 주주연합은 꾸준히 지분을 매입했기 때문에 임시주총이 열릴 경우 의결권이 가능한 지분율은 42%를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 및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진칼 지분을 추가적으로 매입하거나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둘다 상황은 여의치 않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하늘길이 대부분 막히면서 대한항공을 비롯한 항공업계 전체가 경영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영난을 극복하고 정상화 시키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즉, 한진칼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 동원이 힘들 것이란 얘기다.
백기사 역할을 한 델타항공도 코로나19로 힘들어서 더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새로운 우군을 확보하는 것도 비상경영에 들어간 국내 기업들의 사정상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미 밝힌 송현동 호텔 부지를 비롯해 유휴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허리띠를 졸라메는 비용절감 자구 노력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