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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황폐화되고 있다. 사실상 전 노선이 멈춰선 상태로 업체 대부분이 강제 휴업에 들어갔다. 정부의 소극적인 대책만으로는 업계 근간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8일 현재 국적 항공사 여객기 374대 중 87%인 324대는 공항에 세워진 상태다. 3월 마지막 주 국제선 여객 수는 7만8600여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73만6400여명) 대비 96% 감소했다.
각 업체는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휴업에 들어갔다. 주요 항공사 8곳은 지난 2월부터 직원 휴직제를 운영 중이다. 가장 늦게 휴직을 도입한 대한항공은 이달 16일부터 오는 10월 말까지 직원 2만 명이 돌아가며 쉰다.
조업사, 기내식 업체 등 25만 명 규모의 파생산업으로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국내 항공업 붕괴 시 일자리 16만개와 국내총생산(GDP) 11조원이 감소한다는 집계도 나왔다.
업계 내 굵직한 M&A는 동력을 잃었다. 상반기 중 마무리가 예상됐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인수 작업은 무기한 연기되는 모양새다. 상황 지속 시 일부 LCC는 상반기 내 도산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업계는 올 상반기 6조3000억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추산한다. 당장은 비축 현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고갈이 얼마 남지 않아 불안이 크다. 회사채 등 올해 내 갚아야 할 수조원의 빚은 더 깜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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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이달 2400억원을 시작으로 올해 내 회사채 57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회사채를 포함해 대한항공이 올해 갚을 빚은 약 4조460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는 올해 2조5000억원을 상환해야 하며,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약한 LCC는 말할 것도 없다.
현재까지의 정부 대책은 자금 3000억원 지원이 전부다. 발표는 지난 2월에 있었지만, 이마저도 집행을 완료하지 않았다. LCC 위주 지원으로, 대형항공사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계는 항공업 전체에 전방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 전반이 휘청이고 있지만 관련한 정부 지원은 참담한 수준”이라며 “리스료, 인건비 등 고정비가 천문학적인 항공 산업은 현 상황 지속 시 3개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무부처 국토교통부의 미미한 존재감이 가장 큰 문제”라며 “관련 부처와 금융당국을 적극 설득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현 상황을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업계는 미국의 정부 지원 사례를 주로 언급한다. 미국은 코로나19 대책으로 여객 항공사에 30조7000억, 화물 항공사에는 4조9000억원을 지원했다. 지원 관련 특별법을 발효해 통과 15일 후 지급 심사, 자금 배분 등을 모두 마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항공사 자체 신용만으론 경영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 각사 채권 발행 관련 정부 지급 보증이 시급하다”며 “국책은행 중심 지급 보증은 항공업 숨통을 틔울 필수요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