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6일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45일만 방역 자신감에 승부수…경제활동 재개 역점세계경제 회복…4월 IMF-V자·5월 알리안츠-U자 전망코로나19 가을 대유행 경고…W자 더블딥 우려도
  • ▲ 경제전망.ⓒ연합뉴스
    ▲ 경제전망.ⓒ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6일부터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의 방역체계를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일상의 회복으로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하지만 세계경제 회복을 둘러싼 전망은 암울하다. 지난달 중순만해도 'V자형' 경제 회복을 예측하는 전망이 많았지만 'U자형'이나 'W자형' 회복을 점치는 시각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선 세계경기 침체속에 나홀로 호황을 기대할 수 없기에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이제 생활방역으로

    정부는 지난 3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예정대로 오는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접고 '생활속 거리두기'(생활방역)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22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한지 45일만에 방역 전환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정 총리는 "6일부터는 그동안 문을 닫았던 시설의 운영을 단계적으로 재개하고 모임·행사도 방역지침 준수를 전제로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며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는게 많은 전문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 의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중대본은 이달부터 등교수업도 시기와 방법을 정해 차례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정 총리는 안정적인 상황이 유지된다면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에서 현재 '심각'인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낮추는 방안도 논의해달라고 주문했다.
  • ▲ 생활방역 전환 발표.ⓒ연합뉴스
    ▲ 생활방역 전환 발표.ⓒ연합뉴스

    정부가 생활방역으로 전환을 결정한 배경에는 '하루 신규 확진 50명 미만'과 '감염경로를 모르는 환자 발생률 5% 미만'의 조건이 충족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내 신규 확진자수는 지난달 9일 39명으로 떨어진 이후 25일째 50명 미만이다. 해외 유입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방역체계안에서 통제 가능한 범위내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아직 대내외 위험은 여전하지만 방역망내에서 통제되고 있다는게 방역당국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상당한 가운데 최근 신규 확진자 발생이 줄면서 국민이 일정 부분 스스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있다는 현실도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또한 계속되는 경기 침체의 흐름을 끊기 위해선 경제·사회적 활동을 재개하는 게 급선무이고,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도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었다는 판단에 따라 이동제한이나 각종 제한조치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점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더는 사회적 비용과 경제적 피해를 감수할수 없으므로 어느정도 방역상 위험을 감수하면서 경제·사회활동을 재개하는 절충안"이라고 말했다.

  • ▲ 서울 잠원한강공원.ⓒ연합뉴스
    ▲ 서울 잠원한강공원.ⓒ연합뉴스

    ◇대외의존도 높은 한국경제 불안 여전

    정부의 생활방역 전환으로 일상 회복에는 청신호가 켜졌지만 경기 회복 전망은 여전히 잿빛이다. 지난 3일 독일 금융사 알리안츠는 '세계의 재개'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으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3.3%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2.7%)과 유로존(-9.3%), 일본(-5.7%) 등 대부분의 나라는 역성장, 중국(1.8%)과 인도(1.1%)는 플러스(+) 성장을 점쳤다. 

    알리안츠는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적 충격이 발생했다"며 "세계경제가 급반등하는 'V자형' 회복은 어렵고 'U자형' 회복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리안츠는 파산하는 기업이 지난해보다 20%쯤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알리안츠의 이번 세계경제 전망은 지난 3월28일 내놓았던 시나리오보다는 다소 완화된 것이다. 당시 알리안츠는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바닥을 찍고 일정기간 유지하다 천천히 상승하는 'U자형' 시나리오를 가장 유력하게 제시하긴 했지만 바닥을 찍은 후 회복되지 않고 장기간 침체가 이어지는 'L자형' 흐름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파산기업도 지난해보다 25% 늘 것으로 봤다. 당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은 -1.5%였다.

    이번 알리안츠 보고서는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종식 이후 빠르게 반등하는 'V자형' 회복세를 보일 거라고 전망한 이후에 경기 회복이 더 더디게 이뤄질 거로 예측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IMF는 지난달 14일 발표한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회복 시나리오를 'V자형'으로 분석했다. 한국도 이런 흐름을 탈 것으로 봤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지난달 21일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 보고서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통계청과 한국무역협회, IM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2017년 기준 68.8%로, 일본(28.1%)의 2.4배에 달했다. 수출의존도도 37.5%로 주요 20개국(G20) 중 네덜란드(63.9%)와 독일(39.4%)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 경제를 수출이 지탱하는 만큼 세계 교역의 회복세가 더뎌진다는 전망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 ▲ 서울 명동 거리 문 닫은 가게.ⓒ연합뉴스
    ▲ 서울 명동 거리 문 닫은 가게.ⓒ연합뉴스

    일각에선 '더블딥'(이중침체)을 의미하는 'W자형' 시나리오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다가 다시 하강한 뒤 상승하는 형태다. 이는 코로나19 불씨가 남은 상태에서 계절적 요인이 겹치면서 경기가 하반기에 다시 급락하는 시나리오다.

    코로나19가 올 하반기 다시 유행할 것이라는 분석은 각국 방역책임자의 잇따른 언급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워싱턴DC의 '이코노믹 클럽' 행사에서 "코로나19가 돌아올 거라고 거의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미 CNN 방송이 전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유행과 완화를 반복하다가 겨울철이 되면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좋아지고 밀폐된 환경으로 접어들기에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 ▲ 브리핑하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연합뉴스
    ▲ 브리핑하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부본부장.ⓒ연합뉴스